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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8일(木)
늘 저를 응원해 준 매형… 당신의 아이들 앞날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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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오른쪽)과 필자의 누나.
김학선 (1959∼2017)

고교 3학년 때인 1987년 초가을. 누나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누나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선배였다.

남자를 만난다고 바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순간 서운한 마음이 확 밀려왔다. 그동안 누나에게 대들고 못나게 굴었던 미안함이 더해져 동생으로서 괜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도 더 지체할 수 없다는 조바심에 수업을 마치고 누나 회사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매형은 전날 당직을 했다며 다음에 보자고 하는 눈치였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 없어 회사 근처니 다짜고짜 만나자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하는 궁금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처음 들어가 본 다방에서 막상 낯선 사람과 마주하고 앉으니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는 용기를 내 불쑥 말을 던졌다. “누나랑 결혼하면 아무리 화가 나도 누나에게 손대면 안 돼요!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이다.

고등학생이라고 귀엽게 봐주던 매형 얼굴이 순간 ‘요놈 봐라’하는 표정이 됐다. 엎질러진 물이다 싶어 한마디 더 보탰다. “깨진 그릇을 아무리 감쪽같이 붙여도 금은 사라지지 않으니 잘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매형은 “와∼ 주현이 무서워서 누나한테 잘해야겠다”며 말을 받아줬다.

얼마 후 매형과 가족이 됐다. 서로 사는 게 바빠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나 겨우 볼 정도였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만날 때면 웃으며 제일 먼저 반겨 줬다.

다행히 누나와 매형 사이에 큰 갈등은 없었다. 어려서부터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해서인지 조카들도 커서는 아빠를 잘 따랐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매형에 대한 미안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당돌하게 했던 말이 매형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런 사람으로 보였을까 서운했을 수도 있어서다.

20여 년이 흐른 추석날 저녁. 식사 후 함께 바깥바람을 쐴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달빛에 가려 내 쪽을 돌아다보는 매형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가의 미소는 또렷했다. 그러면서 아니라고, 누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했다고 했다.

그런 매형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됐다. 눈을 감기 며칠 전, 매형 병상을 찾았었다. 꿈을 꾸는지 잠자는 얼굴에 작은 떨림이 계속됐다. 조용히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매형이 잠에서 깼다. 서로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 매형이 불쑥 “세상 사는 게 다 내 맘 같지 않으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도 말고, 너무 열심히 하지도 말아라”며 체념처럼 나지막이 내뱉었다.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이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말인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매형.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엄마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민제, 민형이의 앞날도 잘 지켜봐 주세요.

처남 장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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