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라 재고 부담 덜어… 정유업계 ‘최악’ 지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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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지난달부터 상승 반전
2분기엔 실적 일부 개선 기대

국제수요·정제마진 회복 안돼
업계 “아직 안심은 이른 단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오르는 추세다. 다만 정유사 수익의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284.73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달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오르면서 18주 만에 상승 반전하는 등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최고가 지역은 서울로 휘발윳값이 ℓ당 1383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98원가량 높다. 최저가지역인 대구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1251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3%(0.12달러) 상승한 37.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39.1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유업계에서는 “최악 국면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약 4조3700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영업손실)을 기록한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2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올해 1월 배럴당 월평균 64달러 선이었으나 3월에 33달러까지 떨어져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이 컸다. 4월에는 20달러까지 급락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국내에 판매한다. 이 과정이 약 1개월 소요되는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원유를 비싸게 사와 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로 인해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2분기에는 1분기보단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 분쟁 재점화 우려 등으로 원유 수요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제마진 역시 최근 들어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정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주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를 기록해 지난 3월 셋째 주(-1.9달러) 이후 11주째 적자를 나타냈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매 가격을 제외한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보여준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그 이하를 기록하면 제품을 팔수록 손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하반기 실적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