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부담 고스란히 세입자에 ‘계층 갈등’ 부르는 부동산 과세

계약종료·전세금 인상 조짐
결국 무주택 서민들만 ‘설움’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양도소득세까지 대폭 올린 ‘7·10 부동산 대책’을 공개하자 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서울지역 1주택 보유자에게도 세금부담을 지우는 반면, 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신혼부부·생애최초 구매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늘려 “정부가 계층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추가 대책이 시행될 경우, 늘어난 임대인들의 부담이 결국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13일 온라인상의 유명 부동산카페에는 이번 정부의 7·10 대책에 대해 “세금때리기만 있을 뿐 기대했던 공급대책은 없다”는 불만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공급 대책을 포기한 정부가 세금을 무기로 시장과 싸운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발표 전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와 함께 30·40세대의 불만을 불식시킬 대규모 공급 대책도 거론됐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주택공급대책 태스크포스(TF)’ 신설과 공급 대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검토 가능 대안’ 몇 가지만 언급해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서울 시정공백으로 인해 그린벨트 해제도 요원하다. 특히 지난 10일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론 질의 과정에서 나온 ‘(서울)도심지 재건축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공급을 통해 주택난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는 반응이다.

결국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중한 세금 부담을 짊어질 임대인들이 하반기부터 이를 ‘전세금 인상’을 통해 해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당에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서둘러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해 임대인들이 전세계약 종료, 전세금 인상을 제도가 바뀌기 전인 하반기 중에 발 빠르게 진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