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으면 좋은책>50년전 외친 동물 복지 집단 사육의 야만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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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기계│루스 해리슨 지음│강정미 옮김│에이도스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 루스 해리슨이 1964년에 쓴 동물복지의 고전 ‘동물 기계’(원제 ‘Animal machines’)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밀집 사육’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이 책은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실태와 문제점을 최초로 폭로, 소비자들의 각성뿐 아니라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장식 축산 시설과 도살장 등 현장을 찾아가고 농부, 축산업자, 정부 관계자,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한 저자에게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아래 있는 동물들은 ‘사료를 먹고 고기를 만드는 기계’로 전락한 존재다. 가로세로 30㎝도 안 되는 비좁은 닭장에 갇혀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고 1년에 수백 개씩 알을 낳는 닭, 양돈장에 다닥다닥 누워 사육되는 돼지, 육질이 흰 고기를 만들기 위해 철분이 부족한 먹이만 먹어 빈혈 증상을 보이는 송아지 등이 그들이다.

동물들의 참상이 공개된 여파는 컸다. 영국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가동해 ‘브람벨 리포트’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의 5대 자유’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지식인 사회에서도 동물복지와 동물권 등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반세기 이상이 지난 현시점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의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인류의 성찰이 제자리걸음 수준을 면치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야만을 저질러가면서까지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다른 동물을 학대하고 생명을 죽일 권리가 있느냐”는 저자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388쪽, 2만 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