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대통령賞 받은 경찰이었지만 시력 잃은 할아버지 … 여전히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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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감賞 엄윤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박흥근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손녀딸 윤선이에요! 중학생이 돼 새 일상에 적응하기 바쁜지 안부를 자주 여쭙지 못했네요. 할아버지는 항상 묵묵히 저를 응원해주시고 변하지 않도록 제 편이 돼주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분이세요!

일단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제게 좋은 일이 생길 때 누구보다 기쁜 표정으로 “우리 박사님∼”이라며 뿌듯해하시는 모습은 언제 떠올려도 참 기분이 좋아져요. 모든 게 귀찮은 슬럼프가 왔을 때 저 자신을 북돋워 주기 좋은 원동력이 되거든요. 할아버지처럼 제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사람이 저 말고 세상에 또 있다는 건 무엇보다 커다란 의미를 주더라고요. 저에게 열심히 살아갈 모터를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는 대통령상을 받으실 정도로 용감한 경찰이었지만 심장마비로 인해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으셨죠. 그 이후로 쭉 시각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힘겹게 살고 계세요. 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세상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세상은 오직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장애인들이 어깨를 펴고 당당히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약자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하지만 만약 세상이 바뀐다면 이제 장애는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죠?

저는 일단 할아버지가 이렇게 저희 옆에서 살아계시고 가장으로서 가족들 옆에서 큰 힘이 돼주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저는 할아버지가 참 자랑스러워요. 단축번호 1번부터 200번까지 달달 외우고 계시는 우리 할아버지. 제가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다며 제 편을 들어주시는 할아버지. 이런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라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러니까 항상 당당하게 어깨를 쫙 펴시고! 엄윤선 할아버지답게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세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더위 조심하세요!

2019년 6월 5일

할아버지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되어주고 싶은 손녀딸 엄윤선 드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