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질병,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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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의 종말 /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 이한음 옮김 / 부키

헬스케어분야 세계최고 권위자“건강수명 150세에 이를 것”
학계선 ‘노화의 원인은 세포 제어하는 후성유전체 정보상실’ 의견일치
“NAD증진제 등 약물로 노화 억제 뿐 아니라 ‘회춘’도 가능”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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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요코하마(橫濱)에 본사를 둔 가전 판매업체 노지마가 직원 3000명 전원의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80세로 늘려 화제가 됐다. 바야흐로 ‘80세 정년제’의 출현이다. 그런데 신간 ‘노화의 종말’(원제 ‘Lifespan : Why we age - And why we don’t have to’)은 마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불과 수십 년 내에 인간 수명, 그것도 그냥 살아 있는 ‘생존 수명’이 아닌 ‘건강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면서. 상상력 넘치는 공상과학소설가의 주장이 아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 교수는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과 ‘헬스케어 분야 최고 50명’에 든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다. 더욱이 전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소, 민간 기업 등이 같은 문제의식과 목표 아래 야심 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를 재정의할”, 그리고 “새로운 진화의 출발점”이 될 “역사의 전환점”에 다가선 것일까.

‘수명 : 우리는 왜 늙는가 - 그리고 왜 꼭 그럴 필요가 없는가’라는 원제가 보여주듯, 저자는 “생명의 상한”이나 “우리가 늙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생물학적 법칙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노화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 “질병”이며, “이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서면 심장병과 암, 치매 등 노년의 반갑지 않은 동반자들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더 큰 무언가의 증상”일 뿐이다. 그야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관련 학계는 이미 노화의 원인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고, 그 치료 방법과 예방책을 찾아 질주하고 있다. 저자를 비롯한 유수의 연구자들이 규정하는 노화란 후성유전체(epigenome·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지 않는 유전 가능한 형질)의 ‘후성유전 정보 상실’이다. 피아노 연주에 비유하면 2만 개에 이르는 인간의 유전자 각각이 하나의 건반이다. 이 건반을 조합해 재즈, 왈츠 등 다양한 곡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후성유전체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하나 잘못 누르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그 빈도가 늘면 연주는 엉망이 된다. 우리 몸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후성유전적 잡음(epigenetic noise)’이라고 하는데, 이게 갖가지 노화의 징표가 나타나게 하는 이유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노화라는 질병을 끝장낼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한 것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핵심은 호르메시스(hormesis), 다시 말해 약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나 세포가 이에 반응해 활성을 띠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숨을 헐떡거리게 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허기를 느끼게 하는 간헐적 단식 등 주기적 절식, 육식이 아닌 식물성 단백질 섭취, 온열중성대(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따로 일할 필요가 없는 좁은 온도 범위)에서 벗어나도록 몸을 차갑게 하기, 담배 피우지 않기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쯤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뉴클레오타이드’(NAD), 레스베라트롤 등의 물질이 장수를 통제하는 효소인 서투인(sirtuin)을 활성화할 수 있다. NAD 증진제인 ‘니코틴아마이드 리보사이드’(NR), ‘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NMN) 등 ‘장수 약물’을 먹음으로써 노화를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다시 젊어지는 ‘노화 역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치 백신을 맞듯 유전공학적으로 특수 처리한 바이러스 주사를 맞거나 DNA 서열 분석을 통한 ‘정밀 의료’, 스마트워치 등 개인 생체감지기를 이용한 생체표지추적(biotracking) 등을 활용한 회춘(回春)도 가능하다. 특히 대규모 ‘바이오클라우드(biocloud) 데이터’를 대단히 빠른 DNA 서열 분석 기술과 결합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도 대응할 수 있다.

저자를 비롯한 노화 연구자들의 성취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중대 질문 앞에 놓였음을 보여준다. 지구 환경이 어느 정도 규모의 인구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노화 연구를 어떻게 지원하고 혜택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등 기술적·정책적 차원만이 아니다. ‘생명 연장 수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등 그동안 신(神)의 영역으로 남겨뒀던 철학적·윤리적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죽음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해 “준비가 됐을 때, 빠르고 고통 없이”라며 인간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한다.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연구자들이 설정한 마감시한은 길어야 수십 년이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근본적 토론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624쪽, 2만2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