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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4일(金)
감사원 사무총장 영욕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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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1993년 7월 말, 감사원은 국가안전기획부에 평화의 댐 감사반을 보냈다. 이회창 감사원장과 황영하 사무총장은 전두환 정권이 북한의 수공 위협과 피해 예측을 부풀린 혐의를 조사하려면 반드시 안기부를 현장 감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대문구 이문동의 안기부 본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감사반은 다급히 황 총장에게 보고했다. 황 총장은 잠시 고민하다, 안기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기부 현장 감사를 시작했다고 30분 뒤에 언론에 발표하겠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감사원도 죽고, 안기부도 죽는다.” 안기부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정보기관 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감사원은 사무처와 감사위원회로 구성된다. 사무처가 회계검사·직무감찰·정책감사를 해오면 감사위가 심의해 결과를 확정한다. 사무처는 검사, 감사위는 판사 역할로 볼 수 있다. 사무총장은 차관급 정무직으로 원장이 감사위 의결을 거쳐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사무처를 지휘·감독하는 일상 업무 외에 감사와 관련한 정치권 등의 외풍을 막는 역할도 하게 된다.

1963년 3월 회계를 검사하는 심계원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감찰위원회가 통합돼 감사원이 출범한 이후 모두 33명의 사무총장이 거쳐 갔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에는 군 출신이 많았고, 교육자나 검찰 출신이 발탁되기도 했다. 문민정부를 내건 김영삼 정부 들어 감사원 출신인 황영하(13대) 사무총장이 임명되면서 이후 과장-국장-차장을 거치는 내부 승진 전통이 확립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예외적으로 경찰 출신 이수일(18대) 총장이 임명됐다. 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월에는 검사 출신 이완수 변호사가 31대 총장으로 임명됐는데, 당시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과실을 낸 공무원에 대한 감사를 면제하는 행정규제기본법에 감사원이 이의를 제기한 정치적 배경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연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돼 눈길을 끈다. 24대 김조원에 이어 33대 김종호 사무총장이 당사자다. 각각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구. 청와대와는 불가근불가원 관계가 필요한데, 현직 사무총장까지 청와대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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