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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27일(木)
양꼬치 넘어 징기스칸·훠궈까지… 인기 절정이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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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관보다 ‘램크라운’

■ 무한 진화하는 ‘양고기’

생후 6~12개월 ‘램’·그 이상은 ‘머튼’… 韓, 대부분 ‘램’ 사용
두꺼운 불판에 굽는 ‘징기스칸’·국물에 살짝 담가먹는 ‘훠궈’
중국·중동선 민트·고수·커민 등 향신료와 함께 먹어
소·돼지고기보다 육즙 많고 부드러운 맛 ‘일품’


양들의 침묵. 양(羊)은 애초 말이 없었다. 알파벳 첫 자 A에다 플러스(+)가 몇 개 붙고, 한우니 와규니 하며 구분이 다양한 소와는 달랐다. 흑돼지니 듀록이니 하는 돼지만큼도 수식이 덜했다. 묵묵히, 대신 꾸준히 인기를 끌어 왔다.

한국인이 양고기를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구곡양장, 양두구육 등 다양한 고사에도 등장하지만, 사육환경과 특유의 향 등 여러 이유로 양고기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주목받던 식재료는 아니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야 값싸고 맛있는 양꼬치(羊肉串) 형태로 대학가에서 인기를 모았다. 삼겹살보다 저렴한 양꼬치는 중국인 유학생 손님층을 뛰어넘어 ‘그 맛이 몹시도 궁금한’ 한국인까지 끌어모았다. 양고기 철판구이 ‘징기스칸’(몽골 칭기즈칸이 아니다)과 샤부샤부식 훠궈(火鍋)가 유행하며 그 인기의 절정을 찍고 있는 중이다.

양은 연령에 따라 생후 6∼12개월의 양고기를 램(lamb), 그 이상의 양고기를 머튼(mutton)이라 구분하는데, 머튼의 경우 지방질에 카프릴산, 펠라르곤산을 축적해 특유의 냄새가 난다. 한국에서 쓰는 식육 양은 대부분 램이다. 양을 상식하는 서아시아 유목민과 중동 지방에선 느끼한 노린내를 풍기는 머튼을 선호하는 이가 많다. 삭힌 홍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홍어에 묵은김치를 곁들이듯 민트와 후추, 실란트로(고수), 쯔란(커민) 등 향신료를 곁들여 먹는데, 이 때문에 더 거부감을 갖는 한국인도 많다. 양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지방과 육즙이 더 많아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소고기처럼 살짝 익혀 먹어도 문제없다.

▲  닭다리 위에 ‘양다리’

▲  ‘양꼬치’에 칭다오

◇ ‘양다리를 걸쳤다는군’ 용산양꼬치 =양다리를 통째로 구워 먹을 수 있다니. 양이고 소, 돼지를 떠나 낯선 풍경임에 틀림없다. 원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당장 묵직한 다리를 들고 물어뜯고 싶지만 일행이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을 테니 그럴 호사는 없다. 숯불 위에 꼬치처럼 꿰어 돌려가며 익힌 다음, 어슷하게 카빙을 해준다. 다리 살에는 깊은 풍미가 숨어 있다. 양꼬치에서 느낀 감칠맛이 토마토 주스라면 다리 살은 토마토케첩 수준이다. 기름이 빠져 부드러운 조직만 남은 살 맛이 깊다. 입에 짝짝 붙는다. 나중에 뼈와 뼈 사이에 붙은 살을 모아 전골을 끓여주는데 이 맛 때문에 양다리를 주문한다는 이들도 있다. 어향가지 등 다른 메뉴들도 맛이 좋다. 원래 솜씨가 좋은 집이다. 서울 용산구 백범로99길 60 1층·지하 1층. 양다리 1㎏ 4만 원(3시간 전 주문).

◇‘정작 몽골사람은 모르는 요리’ 이치류 = 삿포로(札幌)식 ‘징기스칸’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몽골의 정복왕 칭기즈칸의 이름을 땄지만 이젠 그저 일본식 양고기 요리 이름으로 통한다. 무쇠 투구처럼 생긴 두꺼운 불판에 채소와 양고기를 올려 익혀 먹는 방식이다. 고기는 모두 호주산 1년 미만의 램을 사용하고 생갈비, 살치, 생등심 등 부위별로 판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부드러운 고급 생고기를 친절하게 구워준다. 채소와 고기를 특제 양념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고급스럽다.

모든 점포를 직영하는데 여의도점에서는 램의 프렌치랙(Frenched Rack)을 활용한 ‘램크라운(Lamb Crown)’을 판다. 램크라운은 글자 그대로 양갈비를 다발로 묶어서 왕관처럼 구워낸 요리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특제 양고기 요리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 조각씩 집어 베어 물면 가득한 육즙이 툭 터져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27-9 2층. 램크라운 10만 원(3일 전 주문).

◇‘꼬치꼬치 캐물어 찾아간 집’ 망원양꼬치 = 망원시장에서 입소문을 떨친 나머지, 이젠 멀리서도 찾아오는 집이다. 2층인데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손님이 몰린다. 직접 손질해 일일이 꿰어 만든 양꼬치가 아주 맛이 난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적당한 크기의 이곳 양꼬치는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지방층을 자랑한다. 쯔란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좀 더 부드러운 것을 먹고 싶다면 양갈비살꼬치를 주문하면 된다. 보다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양꼬치는 일본의 야키도리처럼 다양한 재료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꼭 양고기만 구워 먹는 것은 아니란 뜻. 쫄깃한 동맥 혈관 등도 별미다. 동북식 순대, 토마토 계란탕 등 요리도 다양해 많은 사람이 양꼬치와 함께 곁들인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17 2층. 양꼬치 1만2000원.

▲  화끈화끈 ‘훠궈’

▲  ‘전골’로도 기똥차네

◇‘훠궈(火鍋) 그리워 마라(麻辣)’ 불이아 = 양고기 전문점은 아니지만 양고기를 주메뉴로 하고 맛도 좋다. 국내에서는 중국 신장(新疆) 명물음식 훠궈를 일찌감치 시작했는데, 훠궈와 마라 사랑을 이 집에서 시작한 사람이 많을 게다. 양고기와 소고기 등 선호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정식 형태로 판매한다(섞은 것도 있다). 매운 홍탕과 고소한 백탕으로 나뉜 솥(Hot Pod)에 취향에 따라 얇게 저민 양고기와 당면, 버섯, 채소 등을 슬쩍 담갔다 먹으면 된다. 특제 소스가 일품인데 소스에 양고기를 찍어 먹으면 당장 맛이 살아난다. 건더기를 건져 먹다가 나중에 고기와 채소 맛이 우러난 얼큰한 홍탕 국물을 즐기면 정신이 번쩍 든다. 소고기도 좋지만 양고기 특유의 향이 우러나 국물 맛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름은 정식이지만 고량주와도 궁합이 좋아 저녁 술자리를 갖는 이들로 줄을 선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182-6. 양고기 정식 2만1000원, 해물 정식 3만5000원.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원조 양(羊)식당’ 램랜드 = 한국식 양고기 요리의 명가. 오랜 시간 입소문을 타고 직장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곳. 매장을 확장해 인근으로 이전했는데 인기는 여전하다. 불판에 양고기를 구워 한잔하려는 직장인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지만 퇴근 시간 무렵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갈비(삼각갈비)를 주메뉴로 담백한 수육과 칼칼한 양념의 전골을 낸다. 1년 미만의 호주산 램의 갈비뼈를 통째로 잘 저며서 그저 후추만 뿌려 낸다.

구운 마늘과 올리브를 올려 얇게 부친 난(밀가루 전병)에 싸먹는 등 이 집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삼각갈비는 꽤 두툼하지만 살이 부드러워 씹는 족족 목을 타고 쑥쑥 넘어간다. 무릎뼈와 함께 들깨와 깻잎을 곁들여 팔팔 끓여낸 전골은 전통 한식 조리법이 양고기와 만나 천상의 궁합을 이룬 예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255. 삼각갈비(200g) 2만5000원, 수육(200g) 2만6000원, 전골 1만3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 육식 금하는 불교 외엔 ‘종교적 터부’ 없어 최고…스태미나 음식, 당뇨·고혈압에 효능

양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식육 중 하나다. 육식 자체를 금하는 불교를 제외하고 힌두교, 할랄, 코셔 등 종교적 터부에서도 어느 하나 거리낄 것이 없는 까닭이다.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수요도 크게 늘었다. 양고기 수입량은 1만7336t(2018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매년 급증했다. 더 이상 생소한 식재료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 먹는 식육이 됐다.

삼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찌는 날씨 탓에, 보양 목적으로 양고기를 찾는 이들도 주변에 많이 늘었다. 한방에서도 양은 양(陽)을 돋운다 했다. 양고기에 대해 본초강목에는 ‘기(氣)를 돋우는 음식’, 규합총서에는 ‘몸이 허하고 냉(冷)할 때 딱’이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의 건강을 위해 어의가 양고기를 처방했는데, 성군인 세종은 우리나라 땅에서 구하기 힘든 양을 명으로부터 수입하느니 그 돈을 백성에게 쓰라며 양고기를 거부했다고 전한다.

중국과 중동에서도 스태미나 음식으로 양고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무더위에 양고기가 당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양갱(羊羹)도 양고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본래 양갱은 굳혀 먹는 양고기 국물이란 뜻이다. 양고기는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L-카르니틴이 어떤 식재료보다 많아 당뇨나 고혈압에 좋다. 역병이 다시 창궐 중인 무더위 속, 건강과 면역을 위해 양고기가 저절로 떠오르는 한여름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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