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30년 한우물’ 박종호 산림청장… 소통과 배려의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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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세 충남 출신 ‘닮은꼴’ 박종호 산림청장 - 정문호 소방청장

박종호 산림청장과 정문호 소방청장은 58세 충청도 출신 외청장이란 공통점이 있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몸담은 뒤 30여 년간 한우물을 파며 ‘내공’을 닦은 내부 출신 청장이란 점도 닮은꼴이다. 충청인 특유의 유연함과 뚝심으로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는 기관을 이끌고 있는 두 청장의 성공 리더십을 살펴봤다.

△박종호 산림청장

나이: 58(충남 서천 출생)
학력: 서울대 임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임업정책과 석사, 충남대 대학원 임업경영학 박사
이력: 기술고시 25회(1989),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 수석대표

16세 공장 취업… 대학 졸업후 영업사원
근면·도전정신·소통능력 키워준 자양분
공공숲가꾸기 제안… 1만8000명 일자리
첨단 산림재해대응…‘K-포레스트’ 추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지난달 31일 강원 고성군 간성읍의 한 산사태 현장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역경 극복 경험, ‘배려 리더십’ 자양분 = 지난해 12월 정부 외청장 인사에서 당시 차장이던 박종호 현 산림청장이 발탁됐다. 지난 2009년 이후 10년간 외부에서 온 교수 출신들만 청장을 맡아오던 산림청으로서는 모처럼 내부 출신 청장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박 청장은 의외로 엄혹한 성장기를 보낸 ‘흙수저’ 출신이다. 충남 서천에서 쌀 도매업을 하던 부친의 사업실패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집안 생계를 도와야 했다. 16세 때 진학 대신 공장에 취업했다가 작두에 손가락이 잘려 봉합 수술까지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생활고를 피하려 군입대를 결심했지만 폐결핵 진단을 받아 그마저 좌절됐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제약회사 영업부 사원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박 청장은 “그땐 너무 힘들어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늦게 바둑을 배우면서 그나마 심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젊을 때 역경을 극복한 경험은 나중에 그의 큰 자산이 됐다. 도전 정신과 근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게 됐다. 민간기업에서 철저하게 ‘을’이 돼본 경험은 소통능력을 배양하는 자양분이 됐다.

◇숲 가꾸기 공공근로 창안 1만8000명에게 일자리 = 22년 전 외환위기로 서울역 앞에 노숙자가 넘치던 1998년. 당시 산림청 고용대책팀장이었던 박 청장은 서울역을 찾았다. 대량 실업 대책으로 정부가 공공근로 사업을 하는데 산림청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직접 실업자들과 대화에 나선 것. “근로의욕이 없는 부랑자가 많아 어림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와는 달리 “일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는 구직자가 많았다. “노숙자가 산촌에 들어가 술 먹고 행패라도 부리면 책임질 거냐”는 내부 반발도 있었지만 설득했다. ‘숲 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을 통해 1만8000명에게 일자리를 공급했다. 당시 20개 종류의 정부 공공근로 사업이 있었지만, 이 사업은 전체 정부 공공근로 예산의 32%가 투입될 정도로 ‘히트작’으로 평가됐다.

◇소통과 실천 중시 실사구시형 리더십 = 박 청장의 소통능력은 남북 협력에도 발휘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산림자원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북한 산림황폐 복구방안을 마련하고, 솔잎혹파리 방제를 지원했던 경험은 2018년 10월 차장 재직 시 남북산림회담 수석대표로 합의를 성공적으로 견인하며 또 빛을 발했다. 국장 재직 때는 목재 포름알데히드 물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하는 관련 법률 제정과 관련해 목재 수입업체의 극심한 반대를 설득·조정해 산림청 10년 현안을 해결하는 뚝심도 보였다. 청장 취임 후 ‘2020 신(New) 산불종합대책’ 수립을 추진해 올해 5월 강풍 속에 발생한 강원 고성산불을 11시간 만에 진화했다. 박 청장은 전문성을 갖춘 ‘실사구시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겸손하고 유연하면서도 소통과 실천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천성 덕에 새로운 차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도 특기다. 특히 무사안일에 엄격하다. “대양을 누벼야 할 배를 항구에 세워 놓고 사고도 없고 기름도 아꼈다며 ‘성과’로 포장해내는 공무원들이 없지 않다”는 질타와 함께 적극성을 주문한다. 박 청장은“산림재해대응 첨단기술 접목, 임업직불제 도입, ‘K-포레스트 추진계획’ 마련 등 당면 현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