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BM·퀄컴·엔비디아 잇단 수주…‘파운드리 1위’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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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 1분기만에 2.9%P↑
반도체 회로 선폭 미세공정 등
과감한 투자·첨단기술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 영토확장 나서
대만TSMC 등과 글로벌 경쟁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설정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잇달아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 업체를 제쳐온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와 뛰어난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최종 목표 달성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도 예상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과 엔비디아, IBM 등 파운드리 시장 ‘큰손’ 고객을 상대로 잇따라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퀄컴을 상대로는 5세대(G) 이동통신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4시리즈’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시리즈는 샤오미와 오포, 모토로라 등이 구매자로 알려진 중저가형 5G 칩으로, 내년 1분기 상용화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물량을 따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일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신제품을 삼성전자의 8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의 위탁생산 물량을 수주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세 업체 모두 파운드리 시장의 대형 고객으로 꼽히는 만큼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엔비디아 GPU 수주는 시장에서 주목하는 고성능 핵심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추가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기준 18.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15.9%) 대비 2.9%포인트 증가한 것이지만, TSMC의 51.5%와 견줘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점유율도 TSMC가 53.9%, 삼성전자가 17.4%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회로 선폭을 좁히는 미세공정과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분야의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3일 삼성전자는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만든 칩을 여러 번 쌓아 올려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3차원 적층 패키징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해 공개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