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아호 지어준 형님·조언해주는 후배… 30년 지기 ‘평생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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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동료 의사에게

일생을 살면서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긴 대기 시간 후 짧은 진료를 받고 오게 된다. 어떤 때는 기다림에 지치고 의사의 불친절하고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전담 의사 즉, 주치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의사라 그런지 복이 많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평생주치의가 두 사람이나 있다. 한 분은 치과 원장이고 한 분은 내과 원장이다.

치과 허 원장님은 내가 가족 이외 형님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분으로 30년 지기다. 유독 나한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고 자상할뿐더러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달라 존경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너무 존경하다 보니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머뭇거리던 중 이태 전에 그분께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더니 진작에 말하지 그랬냐며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내과 원장은 내가 개원하기 전 같은 병원에서 함께 과장으로 일했던 후배로 32년째 수시로 만나는 사이다.

허 원장님은 치과 의사인 아들과 함께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시는데 이제 연로해서 그런지 진료 보는 시간을 많이 줄이셨다. 나의 아호도 허 원장님이 지어주셨다. 내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윤동주문학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당사자인 나보다 더 기뻐하며 연변한국국제학교에서 거행된 수상식에 내가 참석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다. 그리고 얼마 뒤 조심스러운 제안 하나를 하셨다.

“김 원장, 내가 김 원장의 호를 지어주면 안 될까? 명색이 시인이자 대상 수상 작가인데 호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렇게 해서 나는 향원(香遠)이라는 아호를 갖게 되었다. 정성을 다해 자필로 쓴 편지를 함께 건네주셨는데 시인인 내가 부러워할 정도로 글솜씨가 일품이다.

내과 김 원장도 매번 나를 감동하게 하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인 나보다 훨씬 더 정신분석을 잘한다. 한마디 한마디 조언을 해주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내과를 하지 말고 정신과를 하지 그랬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 “예전에 형 외래 진료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간호사가 환자 면담이 곧 끝난다고 얘기했는데 정말 오랫동안 끝나지 않더라고요. 형은 어떻게 그 많은 환자 얘기를 그렇게 잘 들어줄 수 있어요? 나는 정신과는 절대 못 할 거 같아요”라고 답하곤 한다.

허 원장님 부인과 나의 아내는 여고 동기 동창이고 김 원장은 중·고등학교 동문이다. 그러고 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이자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평생주치의까지 돼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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