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라’는 부모님 진심일까… 귀성 눈치작전

- 코로나로 달라진 명절 풍속도

“안 간다” “그래도 간다” 분분
시댁·처가行 싸고 부부싸움도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6) 씨는 남편과 논의 끝에 다가오는 추석 연휴 부산 시댁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18개월 된 손녀가 행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것을 염려해 올해 추석은 각자의 집에서 보내자는 시부모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 교통이 한산할 때 시댁을 찾기로 했다. 그는 24일 “부산에 사는 남편 형제 내외는 시댁을 방문하는데, 나만 쏙 빠지니 눈치가 보인다”며 “연휴가 끝나면 따로 연가를 사용해서 들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추석 귀성 자제를 당부하면서 이른바 ‘귀성 눈치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맘카페 등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라 이번 연휴 시댁 방문을 고민하는 글들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추석이 결혼 후 첫 명절인데, 다들 시댁에 방문하느냐”고 물으면서 “시댁에 아동은 없지만, 고3 수험생이 있는데 괜히 가면 피해를 주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썼다. 한 맘카페 회원은 “정부에서 애매하게 권고 조처를 내려 이번 연휴에 시댁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냥 강제적으로 금지했으면 이런 고민조차 안 할 텐데…”라고 토로했다.

명절 기간 자녀 맞이에 나선 부모들 마음도 겉과 속은 다른 듯하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한모(68) 씨는 “아들·며느리에게 이번 추석엔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면서도 “사실 1년 중 명절에 딱 두 번 보는데 눈치껏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향 방문을 고민 중인 직장인들 사이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국 성화에 못 이겨 귀성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귀성 문제를 둘러싸고 부부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강모(34) 씨는 “남편한테 추석에 시댁·친정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일 년에 몇 번 보지도 못하는데 왜 그러냐’고 말해 최근 부부싸움을 했다”며 “아기 키우는 처지에서 그냥 ‘집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윤모(37) 씨는 “아내가 어린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추석에 귀성하지 말자고 제안했는데, 정작 본인은 연휴 기간 고교 동창과 약속을 잡는 걸 보고 화가 났다”며 “화목해야 할 명절이 코로나19로 우환이 깃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