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통신비 경감”vs“시장 역행”… 보편요금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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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통신비 지원’ 계기로 추진
“정부 국정과제 동력으로 삼겠다”
폐기된 보편요금제 도입 의지

통신업계는 산업전반 위축 우려
“국가의 요금결정, 과도한 개입”
여당 일부서도 ‘신중론’ 목소리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보편요금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 번 불붙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신비 2만 원 지원’을 계기로 정부·여당에서 또다시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보편요금제가 시장경제 원칙을 역행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가격 통제로 수익성이 악화돼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비 2만 원 지원을 보편요금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통신비 지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통신서비스에 대한 적정요금을 설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담당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2017년 통신비 절감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정책으로, 월 2만 원대의 요금으로 음성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는 과도한 시장 개입 우려 등으로 논란을 빚으며 20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통신 업계는 정부·여당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보편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 움직임을 보이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서 보편요금제 도입과 보편적 역무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6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를 포함한 수십 개의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통신 시장에 국가가 직접 요금을 결정하는 방식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사업자의 요금결정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전화 서비스 소매요금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의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특히 최근 글로벌 5세대(G) 이동통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 개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져 국내 통신사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간 국회와 정부가 노력해 알뜰폰시장 활성화, 자급제 단말 확대,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을 추진해왔고 이를 통해 충분히 (가계통신비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며 “국회가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서까지 시장경쟁 활성화에 나섰는데 보편요금제는 이에 역행하는 조치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