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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50대 주부입니다. 약 3년 전부터 어지럼증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많습니다. 특히 발을 디딜 때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아 밖에 잘 나가지 못합니다. 어지럼증 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원은 모두 다녀봤지만 차도가 없습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절망적입니다. 좋아하던 활동도 못 하고 대부분 시간을 누워 지냅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A. 증상 관찰하며 ‘싸움보다 관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길
▶▶ 솔루션
주변을 보면 만성적인 어지럼증 외에도 원인 모를 통증, 피곤, 이명 등을 호소하는 분이 참 많습니다. 원인이 모호하니 하나같이 치료도 잘 되지 않고, 잦은 증상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이런 만성질환을 앓으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잃어가게 돼 그냥 증상만 가라앉혀주는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이 동반돼 더욱 무기력해지고 사회적 활동마저 크게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웬만한 검사나 치료를 다 해보셨다면 이제는 어지럼증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받아들임, 즉 수용(受容)은 회피나 체념 또는 의존과는 다릅니다.
수용은 피하지 않고 기꺼이 경험하되 아무것도 안 하거나 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어지럼증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어지럼증과 싸우거나 그 해결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지럼증을 관리하게 됩니다.
이 어지럼증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입니다. 우선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마다 그 시간을 적고 1∼10점으로 수치화해서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시간대, 장소, 음식, 활동상태, 자세, 수면시간, 스트레스 등 어지럼증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잘 찾아보세요.
이런 관찰은 자신이 만성질환에 대해 손을 놓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을 예측하고 대처하도록 도와줍니다. 어느 정도 관찰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어지럼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생활수칙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수칙에 맞게 생활하면 고질적인 무기력에서 벗어나 점차 자기 통제감이 회복됩니다.
물론 상당 기간 어지럼증은 계속 찾아올 것입니다. 비록 어지럼증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어지럼증이 왔을 때 압도당하지 않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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