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나의 슬픔 처음으로 공감해 준 선생님…‘가르쳐준’ 길 잘 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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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교육감賞 배진영

길을 가르쳐주신, 사랑을 보여주신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지내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마주한 상황은 말 그대로 바닥, 더 이상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바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의 모든 생각은 우울의 호수 속으로 쉽게 빠져들었습니다.

그때, 짧은 인생이었지만 가장 절망스러웠던 그 시간에, 제 속에서 무너져내리고 있는 눈사람을 봐주신 건 바로 선생님이셨습니다. 평소처럼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별다를 것 없이 수업을 마치셨습니다.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참 멀쩡해 보이는데, 가끔 무척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나치듯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날 수업시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이면을 봐주신 첫 번째 타인이었으니까요. 제발 알아달라고, 물어봐 달라고 애원하는 저의 조용한 외침을 처음 알아챈 분이셨으니까요.

제가 처음으로 마음속 깊은 구석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은 날, 선생님은 저를 위해 기꺼이 울어주셨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습니다. 눈물을 삼키는 선생님을 보면서 저는 떠올렸습니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슬픔에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결심했습니다. 꼭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누군가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고, 그 사람의 안녕을 위해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선생님은 도덕이라는 과목을 가르치셨지만, 제가 그 시간에 배운 것은 인생에 가까웠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렇게나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구나.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저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가르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자주 틀리던 맞춤법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르친다’는 것과 ‘가리킨다’는 것은 그다지 멀지 않은 말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그 길을, 끝까지 걸어나가려고 합니다. 선생님, 작년에 선생님을 뵈러 중학교로 찾아갔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생과 상담 중이라는 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아쉬움만 가득 남은 채로 집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을 다시 뵐 수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제자 배진영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