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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2일(木)
뜯어라, 뼈까지 쪽쪽… 씹어라, 육즙이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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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원식품 ‘LA갈비’

■ 달콤 짭짤 갈비 맛집

- 조선옥 ‘양념소갈비’
을지로서 60년… 옛 맛 그대로

- 성원식품 ‘LA갈비’
가성비 최고… 힙지로 명물 등극

- 진고개 ‘갈비찜’
푸짐한 양… 오래 조려 보들보들

- 이태리식당 ‘매운갈비 파스타’
생면과 갈비 2대… 이색적 만남

- 낙영찜갈비 ‘찜갈비’
마늘·고춧가루 가득 칼칼한 맛


대대로 한국인이 최고로 치는 식재료는 갈비였다. 얼마나 좋으면 갈비는 ‘먹는다’ 하지 않고 ‘뜯는다’라는 전유 동사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음식 이름으로서의 갈비는 소나 돼지 등 포유류의 늑골뼈에 붙은 고기를 이른다. 함경도 등 이북에선 ‘가리’로 부른다. 원래부터 내려오던 말이 있었다고도 하고, 또 등뼈를 뜻하는 배골(排骨)이 변형되며 생겨난 말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가축의 갈비 부위를 사용한 음식은 귀했다. 갈비찜은 ‘있는 집’ 차례상에나 올라가는 것이며, 혼례에 손님을 대접하는 갈비탕은 가히 탕 중 제왕이라 할 수 있다. 갈비구이는 식생활의 호사 중 최상으로 꼽히는 요리로 지금도 최고로 군림하고 있다. 1980년대 들어 소고기 등심(로스구이)이 인기를 얻기 이전부터, 양념한 소갈비를 통째로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달콤 짭조름한 맛에 불향까지 가미된 갈비는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한식 요리로, 해외 한식당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선 우리말 그대로 음차한 가루비(カルビ)가 통용되며 중국에선 파이구(排骨)로 불린다. 풍요로운 식탁에서도 시선과 젓가락을 집중시키는 갈비를 맛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종류별로 몇 집 모아봤다. 원래 갈비집 많기로 유명한 수원과 포천은 제외했다.


◇‘나는 조선의 갈비다’ 조선옥 = 대대로 소갈비를 구워 파는 노포. 서울 을지로에서만 60년 이상 영업했다. 그야말로 옛날식이다. 양념한 소갈비를 주방에서 구워 접시에 담아 내온다. 숯불향이 깃든 양념소갈비 맛 또한 딱 옛날식이다. 간장과 설탕, 맛술, 대파 정도의 향이 스민 고기는 달큼하면서 짭짤하다. 칼집을 낸 고기는 씹는 맛도, 그 속에 감춰진 육향도 모두 좋다.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와 편하지만 겨울엔 빨리 식는다는 점에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연기 폴폴 나는 일반 고깃집처럼 음식 냄새가 옷에 밸 염려는 전혀 없는 것은 장점이다. 단일메뉴지만 곁들여내는 뭇국도 맛이 참 좋아 단조롭지는 않다. 중구 을지로15길 6-5. 3만8000원.


◇‘바다를 압도하는 소갈비 향’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 = 부산 해운대에 한옥이 있고 이곳에서 소갈비 익어가는 냄새가 바다 향기를 압도한다. 보통 부산에서 갈비집 하면 꼽는 손가락에 든다. 고기 좋기로 소문났다. 칼집을 제대로 낸 갈빗살에 진간장 양념을 슬쩍 한 양념갈비 구이가 이 집의 시그니처지만 선명한 분홍빛 생갈비도 좋다. 최고급 윗부분 뼈쪽 부위를 쓰고 칼집을 잘 내 불이 잘 스민다. 두꺼운 번철의 복사열과 그 사이에 치솟는 숯불이 고기를 육회처럼 부드럽게 만들고 불맛도 잘 들게 한다. 사리와 된장도 맛있다. 사리는 갈비 국물에 익힌 감자면이다. 갈비뼈를 가져가 보글보글 끓여온 뚝배기된장 역시 예술이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2로10번길 32-10. 생갈비 4만8000원, 양념갈비 4만2000원.


◇‘라성에 가면 갈비를 구워줘요’ 을지로 성원식품 = 요즘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LA갈비 골목이 생기는데 그 시원이 된 집. 조그만 가겟집에서 LA갈비와 각종 안주류를 내걸고 판다. 수입육이지만 그래도 소고기인데 삼겹살 가격과 비슷하다. 양념에 구워낸 LA갈비를 따로 구워 접시째 담아주는데, 부드럽게 구워내는 것이 이 집 인기의 비결. 양념도 강하지 않아 고기 본연의 맛에 살짝 달금한 맛을 더한 정도다. 짜지도 질기지도 않아 금세 한 접시를 바닥낸다. 사실 LA갈비야 보통 집에서 먹는 메뉴라지만 안주로도 썩 훌륭하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뼈에 붙은 고기를 입으로 뜯으면 매번 손을 닦아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야 원래 다른 메뉴에도 있는 것. 대신 ‘갈비를 뜯었다’는 즐거움이 남는다. 중구 을지로20길 36. 1만2000원.


◇‘백문이 불여일식’ 진고개 갈비찜 = 서울의 옛 지명인 진고개는 선비들이 살던 남산골을 부르던 이름이다. 비만 오면 진흙탕이 지는 고개라 진고개(泥峴)다. 내외국인에게 유명한 충무로 진고개(珍古介)도 근처에 있다. 1963년 문을 열어 60년 가까이 영업 중인 노포 진고개는 어복쟁반과 게장 등의 메뉴도 알려졌지만 갈비찜 정식을 파는 보기 드문 집이다. 1인분에 한 냄비씩 제공하는 갈비찜은 푸짐하다. 달큼하면서도 진한 간장 맛에 한약재 향까지 살짝 난다. 오래 조려내 보들보들 결대로 찢어지며 고소한 맛을 남긴다. 갈비뼈에 바로 붙어 있는 콜라겐 성분 막까지 부드럽다. 중구 충무로 19-1. 1만9000원.


◇‘뼈대 있는 집안(?), 등갈비’ 다동 장안문 = 돼지 늑골에서 삼겹살을 떼고 나면 뒤쪽으로 남는 부위가 등갈비다. 보통은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붙여 돼지갈비로 내는데 등갈비는 살짝 남은 고기와 뼈를 그대로 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낼 수 있다. 뼈에 붙은 남은 살코기를 뜯는 재미가 있다. 외국에선 포크립(pork rib)이라 부르는 부위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다. 등갈비 구이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장안문은 이 골목 대표 점포. 바깥에서 양념을 발라 직화로 초벌구이한 다음 불판에 올려준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양념 맛에 존득한 고기가 입에 찰싹 달라붙어 식욕을 당긴다. 등갈비도 엄연한 갈비다. 중구 을지로3길 29. 1만5000원.


◇‘고덕의 미식가’ 예산 고덕갈비 = 충남 예산에 갈비구이의 원형이 남아 있었다. 맛의 갈라파고스다. 2대째 심심한 양념에 재워 구워내는 커다란 한우 갈빗대로 전국적 인기를 얻은 곳이다. 양념은 전통식. 고기가 좀 더 맛있을 정도로만 슬쩍 재웠다. 연탄불에 커다란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올리고, 살짝 익으면 잘라내 한입에 쏙 넣으면 된다. 촘촘히 들어간 칼집이 질긴 부위는 야들야들 씹히도록 도와주고 살코기 속으로 불 향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센 연탄불에 양념이 살짝 타들어 가면서 풍기는 그윽한 불향이 훌륭하다. 예산군 덕산면 덕산온천로 371-8. 3만2000원.


◇‘네 돼지가 금돼지냐’ 금돼지식당 = 본삼겹. 이름은 삼겹살인데 독특하게도 큼지막한 갈빗대가 붙어 있다. 돼지갈비에서 삼겹살을 따로 도려내지 않고 갈빗대와 함께 판다. 거의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위로 마니아층을 열광시키고 있다. 당연히 삼겹살의 기름진 맛과 돼지갈비의 고소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양념이 아닌 소금구이라 고기의 참맛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두꺼운 고기를 통째로 이리저리 돌려 구워내온 것을 다시 한입 크기로 썬 다음 먹는다. 근래 서울 시내에서 가장 뜨는 고깃집으로 소문난 금돼지식당은 이제 돼지테리언(돼지고기를 유독 즐기는 사람)의 순례 명소가 됐다. 중구 다산로 149. 1만7000원(170g).

▲  이태리식당 ‘매운갈비 파스타’

◇파스타를 만난 갈비, 이태리식당 = 매운 갈비 파스타로 입소문을 탄 집이다. 크림과 토마토, 오일 등 3가지 소스에 자체 개발한 매운맛을 더해 파스타와 리소토로 즐길 수 있다. 갈비 파스타란 이름처럼 꽤 튼실한 소갈비가 두 도막 들었다. 부드럽게 조리한 갈비가 넓적한 생면과 매콤달콤한 소스와 잘 어울린다. 이탈리안 리볼리타(ribollita)와 같은 맥락이다. 포크로 갈빗대 살점을 슬쩍 긁어 파스타와 함께 맛보면 딱이다. 갈비는 슬슬 부서질 만큼 부드럽다. 매운 소스는 조절할 수 있는데 2단계가 신라면 정도의 맵기다. 매운 것을 찾아다니는 ‘맵부심’ 강한 이라면 그 이상의 단계를 주문할 수 있다. 경기 파주시 가람로21번길 51-10. 1만4900원.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갈비요리의 원조는 찜, 낙영찜갈비 =‘갈비찜’이 아니라 ‘찜갈비’다. 한자를 쓰기 좋아하는 영남 ‘양반식’ 명칭이다. 대구 찜갈비는 매운 것을 선호하는 지역 특유의 입맛대로 찌고 조려낸 음식이다. 달큼한 간장 소스가 아니라 매콤한 고추장을 곁들였다. 대구시청 인근 동인동에 찜갈비 골목이 있다. 이 중 낙영찜갈비는 수입산 찜갈비와 한우 찜갈비 두 종류를 판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찜갈비. 부드럽지만 두꺼워 씹는 맛은 살았다. 먼저 매운 양념이 입속을 한가득 채우고 우물우물 씹자면 고소한 갈비 육즙이 죽죽 배어 나온다. 양념 국물이 아까워 밥에 쓱쓱 비벼 먹게 된다. 칼칼하고 시원하게 끓여낸 갈빗살 찌개도 곁들이면 미각의 만족감이 더하다. 대구 중구 동덕로36길 9-17. 수입육 1만8000원, 한우 2만8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 여기저기 갖다붙이게된 ‘갈비’

고등어를 구운 고갈비… 잡고기 갈아낸 떡갈비… 술안주로 인기 쪽갈비


갈비구이라 하면 소갈비가 기본 개념이었지만 워낙 고급 음식으로 명성이 높았던 덕분에 대중은 갈비 이름을 아무 재료에나 갖다 붙이기에 이르렀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나 먹지 못하던 갈비가 대중화된 계기였다.

소갈비처럼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는 그나마 낫다. 양념과도 전혀 상관없는 닭갈비, 심지어 고등어를 구운 고갈비까지 등장했다. 1980년대 갑자기 등장한 삼겹살에 밀리며 정작 갈비 부위에 살이 얼마 없으니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붙인 돼지갈비도 등장했으며, 그나마 살점이 붙은 아래쪽을 사용한 등갈비(쪽갈비)도 술안주로 인기를 끌었다.

뼈가 통째 붙은 소갈비는 비싸니, 수입육을 따로 얇게 정형한 LA갈비가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수입육의 아래쪽 6∼8번 갈빗대가 LA갈비로 쓰이는 부위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말이 많지만, 아무래도 한·미 간 정형 방식이 다르기에 유래한 것이다. 미국에선 보통 갈빗대를 뼈와 직각 방향으로 자르는 프랑켄 스타일 립(Flanken Style Ribs)이 보편적이다. 미국 정육점에선 ‘측면 정형’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측면(lateral)에서 나온 ‘LA’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교민 방문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이들을 통해 퍼진 이름이란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떡갈비도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갈아 섞은 것이다. 고기 부위 중 하나로 정형하기엔 너무 비싼 부위 대신 잡고기를 갈아 뼈에 붙여낸 것이 떡갈비다. 지금은 외려 맛있는 지역 특산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광주 송정과 전남 담양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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