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수사중 사건에 ‘감찰’ 꺼내들자… 또 ‘위법’ 지적

합동감찰지시는 대통령령 위반
檢내부 “형사사법 후퇴시키는
황당한 발상으로 검찰 사유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 카드를 꺼냈다. 윤 총장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라임 펀드 사건을 둘러싼 검사 비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총장을 배제하고 라임 펀드 사건을 맡긴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전격 사의를 표하자 수세적 상황을 적극적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감찰권을 뽑아 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사실상 추 장관 지시로 남부지검에 관련 수사팀이 꾸려진 상황에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감찰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대통령령 위반이란 지적이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의 전날 감찰 지시는 윤 총장을 겨냥했다. 법무부는 전날 오후 8시쯤 검찰 비위에 대한 제보자(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주장이 구체적 정황과 부합하는 만큼, 수사 검사 또는 보고 계통에서 은폐되거나 무마됐는지, 또 여야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차별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를 법무부·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진상을 확인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도 추 장관의 감찰 지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도중 인지했을 만큼 사전에 대검과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추 장관의 감찰 지시는 대통령령 위반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4조의 3에 따르면, 검찰청 소속 공무원·검찰청에 대한 조사·감사 등은 구체적 사건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금지됐다. 지난 19일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상황에서 해당 수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모순적 조치라는 지적이다. 한 일선 검사는 “결국 수사에 개입해서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사건을 왜곡하겠다는 매우 부당하고 황당한 조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어떤 상의도 없이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지시한 것도 위법에 가깝다. 검찰청법 제12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9조의 4는 대검 감찰부 업무를 명시했다. 또 다른 일선 검사도 “형사사법을 후퇴시키는 황당한 발상으로 검찰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이 이날 합동 감찰을 지시한 대검 감찰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끌고 있다. 법무부 감찰실은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이끌고 있다. 전날 국감 도중 추 장관의 감찰 지시를 전해 들은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는 총장 소관”이라며 “사전에 대검과 협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이 되레 위법 행위를 벌인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비위 등에 대한 감찰은 지난 16일 이미 착수했다”며 “대검 감찰부를 포함시킨 것은 신속히 진상규명을 하라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염유섭·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