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친정엄마같이 정성스러운 ‘산후 뒷바라지’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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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 주정순 님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무엇일까? 보통의 경우 아마도 남자들은 군 복무 시절일 것이고 여자들에게는 출산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25년이 지난 지금도 첫 아이 출산 때 생각이 많이 나는 걸 보면 말이다.

25년 전 5월 첫 아이 출산을 위해 거제도로 내려갔다. 당시 친정엄마는 병석에 누워계셨고,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다. 그때는 요즘같이 산후조리원이 보편화돼 있는 시절이 아니라 대부분 가족이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나는 갈 데가 없었다.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뜻 산후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내게 손을 내민 사람은 다름 아닌 나보다 겨우 네 살 많은 손위 시누이였다. 보통 시누이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산후 뒷바라지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때는 시누이도 살림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방 두 칸짜리 서민 아파트에서 아이 둘과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나는 염치없이 그중 작은방 한 칸을 차지하고 시누이 집으로 들어갔다. 첫 아이라 경험도 없고 해서 직장에 출산휴가를 미리 내고 예정일을 보름 앞둔 채 거제도로 내려갔다. 그런데 예정일이 돼도 아이는 소식이 없고 결국은 보름쯤 뒤에 유도분만을 통해 출산하게 됐다.

그때부터 시누이는 내 해산바라지에 최선을 다해줬다. 미역국 한 가지를 끓여도 소고기, 조개, 홍합, 광어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바꿔가며 해줬고, 부기 제거에 좋다며 늙은 호박과 한약재를 섞은 즙을 만들어 매일 마시게도 해줬다. 6월 초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였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야 나중에 관절 등에 이상이 없다며 두꺼운 이불과 양말, 긴 옷을 입게도 했다. 나는 무조건 시누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시누이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초여름 날씨에 반팔을 입고 선풍기까지 틀었을지도 모른다. 시누이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인지 오십이 넘은 지금까지도 몸이 쑤시거나 관절이 아픈 데는 없다. 이게 다 시누이 덕분인 것 같다. 출산 후 한 달가량 시누이 집에서 몸조리를 마치고 아이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시누이는 자기네 식구들만 지내기도 넉넉지 않은 공간을 나에게 선뜻 내어주며 두어 달을 지내게 해줬다. 정말 친정엄마같이 품어줬다. 시간이 지나도 시누이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지난 추석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됐던 시기라 친지 방문을 못 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잠시 미뤄뒀다. 오늘은 시누이와 전화로라도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야겠다.

올케 김숙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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