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월북 프레임·대북 저자세, 北의 공격적 태세전환 불러

北 “남측 우선 책임” 주장

南 보수야당·언론 협박에도
정부 “사실규명” 원론입장만

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 피격·사망 사건 38일 만에 기존 사과 입장을 뒤엎고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 씨의 월북에 무게를 두면서 북측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시신훼손 등의 사안에 유보적 입장을 내면서 북한이 공세적으로 돌변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적반하장식 태도에도 정부는 30일 기존의 원론적 태도만 강조했다.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남측이 저들 주민이 우리 측 수역으로 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사전통보라도 했단 말인가”라며 “서해 해상의 우리 측 수역에 불법침입한 남측주민이 단속에 불응하며 도주할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한 우리 군인은 부득불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불법침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피격의 정당성을 부여했고 정부 또한 ‘표류’ 가능성은 일축하면서 ‘자진 월북’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시신훼손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에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적반하장식 태도에도 통일부와 국방부는 이날 ‘사실 규명’ 및 ‘통신선 연결’이란 기존의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특히 피격 사건을 일으킨 북한이 “분별없는 대결망동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데 대해 앞질러 경고한다”며 협박성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외교·안보 부처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저자세 대응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사건 초반 청와대·국방부를 중심으로 대북 비판을 가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서신 후 입장을 급선회했다. 향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국제인권법 위반’이란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눈치를 살핀다는 지적이 크다.

북한은 특히 이번 사건이 국제무대에서 제기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국제적인 반공화국모략소동으로 우리가 지금껏 견지하여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사건의 장기화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인권문제로 이슈화하는 조짐에 대해 사전대응하고 있다”며 “남남갈등 유발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고자 하는 시도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