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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7일(金)
박용진 “진보는 왼쪽에서만 공격해야 하나… 손흥민처럼 양발 쓰는 정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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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사용했던 선거용 포스터들을 배경으로 20년이 넘는 정치 경력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대선출마 저울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대중·노무현 前 대통령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비주류
이승만 교육·박정희 산업입국
지도자가 방향 제시한 건 성과

상대 조롱하는 정치 오래 못가
진영간 분열보다 통합정치해야

대권도전, 치기어린 마음 아냐
1년 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중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고민하는 박용진(49)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대를 욕하고 조롱하면서 박수를 받는다고 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언제까지 진영논리, 지역논리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에서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이른바 ‘문자 폭탄’에도 시달렸던 박 의원은 설득과 포용, 확장을 통해 국론을 모으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언급하며 “우리는 진보니까 왼쪽으로만 계속 공격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정치는 진영 싸움이지만,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수차례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며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1년 전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재선을 하면 활시위를 당기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활시위를 당기는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했다.(웃음) 숲이 빽빽한 곳에 사슴이 뛰어가는데 그 사슴을 조준해 쏘면 이미 지나간 후여서 잡을 수 없다. 방향을 보고 앞쪽을 쏘아야 한다는 의미다. 나중에 보니 초한지에 비슷한 표현이 있었다. 진나라가 망한 후 천하 영웅들이 사슴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좋은 조건, 상황을 따지는 게 아니라 일단 나타났을 때 정확히 화살을 꽂는 게 사슴 사냥의 핵심이다.”

―86세대는 기회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86세대가 마지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걸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다. 박용진이 나섰으니 부산에서 김해영이 나서고, 서울에서는 박주민이 나서라는 말이 아니다. 각자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라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몇 살 때는 무엇을 하고, 재선·3선이 되면 무엇을 하고 이런 조건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박용진은 비주류 아닌가’라고 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에서 계속 비주류의 길을 가다가 본인의 소신, 정책과 용기 있는 결단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심지어 당 안에서도 비주류의 길을 갔던 사람이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건 비주류다.”

―세대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대교체는 무엇을 뜻하나.

“대한민국이 잘해온 것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경제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70년 동안 대기업을 육성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었다. 잘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도 잘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혁신 창업가의 시대로 전환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의 정체에 맞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국민 분열에 맞서 국민 통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도전과 전진, 이런 의미를 묶어서 시대교체라고 얘기했다. 경제, 정치, 사회 패러다임 변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얼굴만 바뀐다고, 정권만 교체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진영논리와 대립주의로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는 오래 못 간다. 계속 대립하면서 상대를 욕하고 조롱해서 박수를 받는다 치자, 그런 힘을 모아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결국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대로 보면 정치는 어쨌든 막힌 곳을 뚫는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입국을 한 이승만 전 대통령, 경부고속도로로 산업입국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 인터넷 고속도로로 정보 강국을 만들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얘기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용진이라는 사람이 보수 쪽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다시 보게 된 시기는 뜻밖에도 감옥에서였다. 당시 교도소장이 역대 가석방 가산점 제도를 설명해 줬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에는 한글을 깨치면 가산점을 가장 많이 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용접 같은 기술 자격증을 받으면 빨리 내보내 줬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받으면 가점을 줬다. 시대에 필요한 국가 정책 방향을 새롭게 본 거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적 열정을 모으고 방향을 제시한 건 의미가 크다. 그리고 그 시대의 성과는 국민이 이룩한 성과이기도 하다.”

―21대 민주당 의원을 보면 20대보다 많이 젊어졌지만, 상황이 나아졌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정치인의 나이가 젊어진다고 정치가 개혁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라고 하면서 시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민주 사회에서 개혁은 선동이 아니라 설득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 우리의 모습이 많이 비친다. 번져나가는 증오와 대립의 나쁜 에너지에 맞서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올라타면 박수를 받고, 맞서면 욕을 먹는 거 안다. 그래도 진영을 넘나들면서 서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너만 잘났는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은 분열에 맞서는 통합이 돼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할 수 있겠나.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엉뚱한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전통과 역사를 보면 통합 정치로의 복원은 필연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포용력과 확장성을 통해 당을 키웠다. ‘DJP연합’은 포용력을 통한 확장성을 보여준 결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연정 제안을 통해 지역감정에 기반한 진영 정치를 끝내려고 시도했다.”

―일견 ‘강경’ ‘선명’의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

“2013년 민주당 대변인 시절 새누리당 청년리더 연수에 강사로 간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이 현충원 문 앞에서 더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참배하는 게 당연해지지 않았나.”

―이번에 우석훈 박사, 김세연 전 의원과 책을 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하는 것인가.

“‘나와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백인 정권과 두 번의 협상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무너트리는 협상은 국제적 압력 등으로 인해 어렵지 않았다. 흑인 정부 출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백인의 공포가 어마어마했다. 백인들이 무장하고 전쟁을 준비했다. 그때 만델라는 콘스탄드 빌욘이라는 백인 총사령관과 두 번째 협상을 했다. 만델라는 빌욘을 압박하지 않고 나라를 구하자고 설득했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0만 명이 죽을 수도 있는 내전을 막았다. 국민을 서로 대립시키고, 증오하게 만들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현명해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스스로 정치계의 ‘손흥민’이 되겠다고 말한다.

“손흥민이라는 선수는 일단 젊다. 그리고 경기 전체 흐름을 잘 탄다. 결정적으로 양발을 모두 사용한다. 주로 왼쪽 공격수로 뛰지만, 중앙으로 수시로 위치를 바꾸고 심지어 오른쪽을 돌파하는 장면도 많이 본다. 어느 위치에서도, 어떤 발을 이용해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치는 진영 싸움이다. 하지만 골을 넣는 게 축구에서 목표이듯이, 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진보니까 왼쪽으로만 계속 공격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운동장을 넓게 쓰는 축구가 승리하듯이 운동장을 넓게 쓰는 정치가 성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연세대 강연에서 한국의 과제로 국민연금, 인구, 기후변화, 노동개혁 등을 제시했다. 어려운 문제고 현 정치권이 사실상 외면하고 있지 않나.

“기후변화 문제를 예로 들면,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한 선언에 국민이 백 번, 천 번 동의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시행하려고 한다.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가 달라져 기후, 환경, 에너지 정책을 무역장벽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무역장벽과 외국의 견제구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고, 기술력을 확보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당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도 국내에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지어지고 있다. 결국은 발전 단가가 낮고, 안정적 전력생산이 가능해 에너지 수급에 유리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때 오는 부담을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보나.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 여러 차례 대책이 나오지 않았겠나. 역대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이 왜 강남 3구 아파트값을 잡는 정책으로 쏠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국민에게 주거 안정, 주거권을 확보해주는 쪽으로 정책이 맞춰져야 한다. 시장 원리를 토대로 그 위에서 정책적인 걸 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뛰어서 새로운 주거 안정을 잘 이루지 못한다. 이들을 위해 공급을 어떻게 할 건지, 이들이 주거 안정을 획득할 수 있는 금융·조세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건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 전 장관 사태 등의 국면에서 쓴소리를 했다가 ‘문자 폭탄’도 맞았다.

“국민의 눈에서 상식적 얘기를 했을 뿐이다. 같은 진영을 감싸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성진·윤명진 기자
e-mail 조성진 기자 / 정치부 / 차장 조성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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