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일상 되고 ‘불평등’ 커진 1년… 2021년은 ‘회복의 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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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WHO 보고’ 1년

2020년은 ‘전염병의 해’
178만 사망-8000만 감염
노동·여가 등 삶 바뀌어

2021년 ‘전환의 해’ 기대
세계 각국 속속 백신 접종
여름이 변곡점 될 가능성

2022년 ‘일상의 해’ 희망
변이·제2 전염병에 달려

올 한 해 우리의 삶을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보고된 지 31일이면 꼬박 1년이 된다. ‘전염병의 해(The Plague Year)’였던 올 한 해를 뒤로하고 다가오는 2021년은 ‘회복의 해(Recovery Year)’가 될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올해를 ‘전염병의 해’로 규정하면서 코로나19가 짚어낸 변화를 다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일상이 아닌 ‘생존’으로 바꿔놓았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퍼져 8000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178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슬럼프를 겪고 있다. 이 모든 고통 속에서 생명은 비축된 것이 아닌 생존, 즉 ‘살아내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먹기 위해, 입기 위해 매년 800억 마리의 동물을 도살하고 천문학적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우리 인류를 향해 울린 ‘경고’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잠깐 멈춘 동안 나타난 파란 하늘은 이를 증명했다. 또 팬데믹은 불공정을 강화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 울타리 밖에서 굶주렸고 많은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폭력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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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전환의 해’가 될까… 여름이 변곡점 = 내년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다시 시작하자(let’s start over)’ 기획보도를 통해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몇 달은 더 겪어내야 하지만 결국은 웃는 얼굴로 ‘해피 뉴 이어(2021년)’를 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최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의 대부분을 충분한 양의 백신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데에 쓸 것으로 추측한다.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2021년을 ‘전환의 해(Transition Year)’로 규정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거나 연초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국가들은 내년 여름을 중대 전환기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의료진, 노인 등 최우선 접종을 봄까지 마치고 그후부터 일반인들에게 접종을 시작하면 여름부터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다. 글로벌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일반인 접종이 진행되는 여름 이후에 발생하는 코로나19는 소규모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까지의 대유행에 비하면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정부의 억제책이 그때부터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여름까지는 다수의 코로나19 발생과 이에 상응하는 정부 개입이 병행하는 ‘혼란 사이의 세계(Disruption interval world)’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의 내년 일상을 월별로 전망했다. 1∼2월은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환자는 넘치고 여전히 거리두기는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름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고 이에 앞서 교사들도 접종을 완료한 후 9월 가을이 되면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추수 감사절 연휴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도 가족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백신 접종을 받았을 경우 마스크 없이 모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빈국과 변이 바이러스에 달렸다… 제2의 코로나19 대비책도 필요 = 하지만 이는 현재 백신 접종을 하고 있거나 곧 시작할 국가들이 맞이할 2021년이다. 북한이나 아프가니스탄, 몽골, 네팔 등은 2022년 2월이 돼서야 대다수 국민이 접종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종식은 조금 더 미뤄질 수 있다. 또 감염력이 더 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연이어 자꾸 나타나는 것도 변수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서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계속 발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센터장은 저서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장담하건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감염병이 또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보다 규모가 클 것이며, 1918∼1919년 전 세계를 휩쓸어 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만큼 지독한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도 “앞으로 전염병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세계가 해야 할 일은 새 질병이 발병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