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FI 재판에 넘겨져…투자자 “교보생명 가치평가 적법”

교보생명 평가보고서 작성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FI 측, 신창재 회장 사기 혐의로 고발…“주주간 계약 위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교보생명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계평가업무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딜로이트안진에 공정시장가치(FMV) 산출을 의뢰한 재무적투자자(FI)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18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4월 검찰에 고발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FMV 평가기준일을 FI에 유리하게 산정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소 결정에 유감스럽다”며 “이번에 기소된 개인들은 오랜 기간 숙련되고 인정받은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서 관련 가치평가가 적법하고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검찰이 딜로이트안진의 평가보고서가 허위보고라는 이유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평가액은 적법하고 정상적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투자자들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관한 모든 분쟁을 중재절차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관해 약 2조 원 규모의 국제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신 회장 및 교보생명이 중재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딜로이트안진과 투자자들을 고발한 형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하고 교보생명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다며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가격을 행사일(2018년 10월 23일) 기준으로 책정하는 게 기본원칙인데 딜로이트안진이 이를 어기고 주당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말 회계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했고 이어 국내에서도 공인회계사법 제15조, 22조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교보생명은 “일반적 기업 가치평가와 달리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는 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 기준 산출이 기본원칙”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은 이를 어기고 FI의 풋옵션 행사 시점이 2018년 10월 23일인데도 같은 해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 그룹 주가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행사 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 기준일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안진회계법인이 일부 FI 의뢰로 기업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풋옵션 FMV 평가기준일을 고의로 FI에 유리하게 선정해 적용하고 일반적인 회계원칙에 적절하지 않은 평가방법을 사용했다는 게 고발의 핵심 사유다. 교보생명은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FMV는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이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보고를 해선 안 된다’는 공인회계사법 15조 3항,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할 때 부정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위촉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 또는 상담해선 안 된다’는 동법 22조 4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