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죽어가는 이들은… 자신들의 생애 마지막 드라마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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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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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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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의 시간만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죽음을 가깝게 느낀 시기가 있었나 싶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 너무도 많은 사람이 무너졌고, 지금 이 순간도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정도 차가 있지만 바이러스는 지역과 인종, 성, 계층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개인이 죽음의 장소와 장례 방식에 대한 선택권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은 무엇이 존엄한 죽음이고 아름다운 이별인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 앞에 사람들을 세웁니다.

케이티 버틀러의 책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메가스터디북스)가 그 답을 찾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15세기 중반 한 가톨릭 수도사가 썼다는 ‘아르스 모리엔디(Ars Moriendi·죽어감의 예술)’의 사례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지금의 우리는 잃어버린 ‘죽음의 예술’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그 핵심 메시지는 “의학적 방법으로 육신의 죽음과 맞서지 말고 스스로의 영혼을 돌보라”는 것입니다.

문화권이 달라도 옛사람들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했습니다. 대개는 자기 집에서 가족과 친지, 이웃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습니다. 임종 장소는 고백과 용서, 다짐의 자리가 되곤 했습니다. 죽어가는 이들은 수동적인 환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애 마지막,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저자는 현대를 “첨단 의료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기보다는 죽음 자체를 뒤로 미루게 하는 시절”로 규정하고, 평화롭고 자율적이고 인간적인 죽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응급실로 향하는 다급한 움직임 훨씬 이전에, 몇 년간에 걸쳐 복잡다단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른 준비 → 생애 후반기 단순화 → 장애와 변화에 적응 → 말기 질환과 유한성 직면 → 위기 대처 → 좋은 죽음’ 순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처방 끝에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의학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은 피하고, 당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고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삶의 마무리를 성취해 내는 것이다.”

죽음과 관련해 주도성과 결정권을 놓지 말라는 당부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코로나19라는 극단의 시절이 지나가도 죽음은 남고, 그 필연의 질서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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