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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8일(木)
차라리 기재부를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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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요즘 경제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만신창이다. 안으로는 ‘예스맨’ 경제부총리 때문에 소신을 펼치기 어렵고, 밖으로는 힘 있는 정치인들에게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느라 바쁘다. 기재부의 원죄는 나라 곳간의 열쇠를 관리할 책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권에 눈이 먼 권력자들이 앞다퉈 기재부에 “곳간 열쇠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데, 기재부가 “그러다간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하면 막말에 가까운 공격을 받는다.

최근 ‘욕받이’가 된 사람은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다. 그는 지난 2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을 하면서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을 받자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를 지시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송에 나가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 세력도 있고, 저항 세력도 있다”며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격노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에는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확산 이후 A 기업 매출이 1년 동안 50% 줄었다고 하자. A 기업 매출 감소 50% 중에서 얼마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금지 또는 제한 때문인지 구분해낼 수 있는가. 피해 업종이나 기업에 일회성 지원을 하는 것은 다소 세금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국민이 이해하겠지만, 법제화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금을 무책임하게 쓰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비(非)자영업자, 업종 간, 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앞으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손실 보상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와 당정이 함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한 것도 적절치 않다. 주무 부처를 중기부로 바꾼다고 해서 손실 보상 법제화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 내에서’ 제도화하라면서 재정 추계가 전공이 아닌 중기부를 주무 부처로 정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그것도 기재부 업무다. 정 총리가 밀어붙이는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뿐만 아니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우는 이익공유제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입을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도 재정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방안이다. 요즘 야당도 무분별한 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한술 더 뜬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거면 차라리 기재부를 없애고, 재정 편성·관리·집행권을 청와대든 국회든 권력 잡은 기관이 가져가는 게 낫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 편성권을 국회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대선이나 총선에서 승리한 정치 세력이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하는 게 훨씬 쉬워질 것이다. 다만, 그렇게 무책임하게 나라 살림을 쓴 책임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먼 후대까지 모든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부 / 부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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