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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19일(金)
찹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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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 겨울밤 창문 너머로 “찹쌀떡, 메밀묵”을 외치는 소리가 깔린다. 두 먹거리의 운이 잘 맞으니 가락까지 얹힌 구성진 소리가 귓전에 남는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도 ‘찹쌀떡’이라고 했을까? 고려 시대에도 찹쌀떡 장수가 있었다면 외치는 소리가 조금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모두 된소리로만 쓰이는 ‘쌀’과 ‘떡’의 표기나 발음이 오늘날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초성에 자음 두 개를 겹쳐 쓰는 것도, 발음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쌀’과 ‘떡’의 초성에 자음이 겹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ㅅ이나 ㄷ이 둘 있는 게 아니라 된소리를 이리 쓰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세종대왕 당시의 표기를 보면 ‘쌀’과 ‘떡’의 초성에는 각각 ‘ㅄ’과 ‘ㅼ’이 쓰였다. 오늘날은 모두 된소리니 첫머리에 쓰인 ㅂ과 ㅅ 모두 된소리 기호로 보인다.

그런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 사람은 쌀을 ‘보살(菩薩)’이라 적어 놓은 게 의아하다. ‘조’와 ‘쌀’이 결합하면 ‘조쌀’이어야 하는데 ‘좁쌀’이 되는 것도 이상하다. 우리 조상들은 ㅂ과 ㅅ 발음 모두를 살려 ‘브살’처럼 발음한 것이다. ‘볍씨’나 ‘몹쓸’도 마찬가지다. 과거 표기를 보면 모두 첫머리에 ‘ㅄ’이 쓰였다. ㅂ은 된소리 기호가 아니라 실제의 발음이었다.

이에 반해 다른 자음 앞에 쓰인 ㅅ은 된소리 기호로 본다. ‘딸, 꿈, 빠르다’ 등은 과거에는 ㅅ이 앞에 있었는데 다른 흔적은 없고 된소리로만 남았으니 그렇게 추정한다. 그런데 평안도의 심마니들은 떡을 ‘시더구’라고 한다. 된소리 기호로만 알았던 ㅅ이 실제 발음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려면 ‘딸’과 ‘꿈’이 어딘가에서는 ‘시달’과 ‘시굼’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예가 없으니 가능성만 열어둘 뿐이다. 그래도 모를 일이다. 고려 시대의 겨울밤에는 ‘찹쌀떡’ 대신 ‘찰보살시더구’라는 구성진 음성이 창문을 넘어왔을지도.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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