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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5일(木)
풍부한 영양소·편리한 조리법… 바다가 키운 ‘미래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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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지방의 향토음식 구파랫국. 구파래는 통영지방 방언으로 홑파래 계통에 속하는 바닷말을 부르는 이름이다. 구파래는 일반 파래보다 바다 향이 더 짙고, 단단하게 씹히는 식감도 좋다. 보통 조개를 함께 넣어서 푹 끓여낸다.

■ 간편식의 제왕 해초

싸먹고 튀겨먹고 끓여먹고 무쳐먹고
하루 한번은 꼭 먹는 한국인의 단골 식재료
미역엔 단백질·김은 비타민·파래에는 철분 듬뿍
당뇨·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안성맞춤
바닷물이 차가운 3월 하순까지 제철
생으로 먹으면 최고… 말리면 보관도 간편


서역을 향해 간 혜초처럼 인류의 발 앞에 놓인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바로 ‘해초(海草)’에 있다. 지구를 구원할 미래 식품이라고도 말한다. 풍부한 영양소와 무한한 경제성을 지닌 밭이 넓은 바닷속에 펼쳐진 것이다. 바닷물이 차가운 3월 하순까지 제철을 맞는 조류(藻類)는 바닷물 속에서 광합성을 하며 영양을 얻고 산소를 생산하는 생물을 총칭한다. 그중에서 해초는 주로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는 식물류를 칭하는 이름이다. 순우리말로는 바닷말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바닷말을 좋아한다. 아이를 낳으면 미역을 먹고 생일마다 국을 끓여준다. 우무로 한천을 만들고 다시마로 쌈을 싸 먹는다. 문헌에 따르면 김을 처음 재배한 민족도 우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생이도 길러 먹는다. 그만큼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단 뜻이다. 미역은 잎과 귀, 줄기 모두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김은 싸 먹고 튀겨 먹고 뿌려도 먹는다. 김가루는 서울의 설날 떡국에도 내륙 전주의 비빔밥에도 강원 산간 막국수에도 잔뜩 들었다. 톳으론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친다. 모자반을 뜯어다 국을 끓인다. 청각도 무치고 끓인다. 꼬시래기는 그냥 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한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옛날에도 그랬다. 가벼운 데다 잘 썩지 않고, 어딜 가나 쉬이 팔리는 말린 미역은 보부상의 주요 상품이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은 식품이니 살림 좀 사는 집이라면 부엌에 미역과 김을 쟁여 놓았다. 제주에는 모든 식탁에 바닷말이 올랐다고 한다. 건강 먹거리로 각광받는 요즘은 더하다. 총 50여 종에 달하는 식용 해조류 섭취는 양에서나 종류에서나 세계 최고 수준(일본은 양으로 1위)이다. 한국인은 연간 5㎏의 미역을 먹는다. 마른미역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먹기도 팔기도 잘한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 대상 효자상품은 한국산 조미김이다. 한국의 지난해 김 수출액은 6억 달러(약 5900억 원)로 독보적인 세계 1위 김 수출국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해초는 기본적으로 육지 채소보다 단백질이 많고 칼슘 등 무기질과 아이오딘 등 미네랄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다. 특히 미역에는 철분이, 김에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다. 파래에도 철분이 많이 들었다. 다시마는 당뇨나 혈압 관리에 딱이다. 특히 매생이는 나사(미 항공우주국)로부터 우주식품으로까지 추천될 정도로 우수한 영양가를 인정받았다. 일반적으로 맛도 꽤 좋다. 바다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식품이다. 바닷말 식용이 익숙하지 않은 서양에서도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산후조리로 미역 수프를 먹고, 김은 다양한 스낵으로 즐긴다.

바닷말의 조리 편의성은 다른 식품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저 말리기만 하면 보관도 운송도 간편한 데다, 물에 끓이기만 하면 거의 원형대로 돌아온다. 생미역, 생다시마, 생김 등을 따로 팔기도 하지만, 말린 것도 조리하면 80% 이상 맛과 향이 복원된다. 건조 과정에서 영양소 파괴도 적으니 라면보다 뛰어난 간편식이다. 이런 식품이 없다.

◇알수록 더욱 놀라운 조류의 세계 = 조류는 녹조류와 홍조류, 갈조류 등 3가지로 구분한다. 우리가 식용하는 조류는 대개 이 분류에 해당한다. 매생이와 파래는 녹조류, 우뭇가사리와 김, 꼬시래기 등은 홍조류, 다시마와 미역, 감태, 톳, 모자반 등은 갈조류에 해당한다. 색깔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생물학적(계통분류학적) 분석이다. 해조류 중 녹조류는 식물에 포함시키지만 갈조류는 확실히 식물이 아니란 것이다.(홍조류는 분류가 애매하다) 쉽게 말해 파래와 매생이는 광의의 식물에 속하지만 미역과 다시마는 식물이 아닌 ‘SAR 상군’(이게 뭐야?)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미역의 유전자적 특성은 우뭇가사리나 김 같은 홍조류보다 차라리 플랑크톤 등과 더 가깝다. 같은 해초이긴 하지만 아예 다른 생물이란 얘기다. 산호초가 식물이 아니듯이 미역도 그렇다(그렇다고 동물도 아니다). 학력고사를 본 지 30년도 지났더니, 스무고개처럼 세상을 동물과 식물로만 구분하던 시대가 지나버렸다.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맛있고 다양한 바닷말 요리 = 미래 식량,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바닷말을 이처럼 저렴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니 우린 복 받았다. 바닷말로는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치는 것이 기본이다. 국으론 전국적으로 먹는 미역국, 매생이국이 익숙하고 완도 김국, 통영 구파랫국과 청각국, 제주 몸국(모자반) 등 산지에서 먹는 국이 있다. 다시마가 국물 맛을 내는 데 필수다. 김이나 파래, 꼬시래기, 톳 등은 주로 무쳐 먹는다. 콩비지나 두부와 함께 무쳐내기도 한다. 다시마나 미역 줄기도 훌륭한 나물 찬이 된다. 반찬 겸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부각에는 김과 다시마, 미역귀 등을 사용한다. 미역국은 가자미 미역국, 조개 미역국, 건새우 미역국, 굴 미역국, 성게 미역국 등 토속 메뉴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미역뿐 아니라 모자반, 청각 등을 국에 넣는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각국의 해초요리 = 일본 역시 와카메(미역)를 된장국(미소시루)에 넣어 먹는 게 기본이며, 히지키(톳), 노리(김), 아오노리(파래), 우미부도(바다포도) 등 다양한 바닷말을 즐긴다. 스시(초밥)에도 노리마키, 군칸마키, 데마키 등 김을 사용하는 메뉴가 따로 있으며, 밥 위에 뿌려 먹는 후리카케에도 김과 다시마가 들어간다. 특히 최근에는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친 한국식 조미김이 인기다. 몇 년 전 일본 유명 작곡가가 “한국 김이라면 6만 장도 먹을 수 있어”라고 트위트를 날린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일본의 극우 의원들이 대한항공 독도 상공 비행에 대한 항의차 한국에 왔다가 우리 정부의 입국 거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면세점에서 한국 김을 엄청나게 많이 사 갔다는 일화도 있다.

중국인은 바닷말을 즐기진 않지만 일부 해안가에선 미역 종류를 먹는데 중국이 워낙 큰 나라인지라 그 일부라는 게 굉장히 넓다. 해조류 생산 1위 국가다. 대만과 인접한 샤먼(廈門)과 산둥(山東)성에도 미역을 풀어 넣은 만둣국 요리가 있다. 서양에선 바닷말을 거의 잡초나 이끼쯤으로 여긴다. 과거 배 안에서 굶주림에 지친 선원들이 이끼 등을 뜯어 먹으며 구난을 기다렸다는 기록 정도가 고작이다. 아일랜드와 영국 웨일스 지방도 기근 때 파래 등을 섞은 빵을 먹었다고 한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이 아사한 아일랜드 대기근 때 끓여 먹었던 진두발(돌가사리)을 두고 지금도 이를 ‘아일랜드인의 이끼’(Irish moss)라고 부른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구파랫국 = 충무집. 통영 지방 방언으로 구파래는 홑파래 계통에 속하는 희귀한 바닷말이다. 밝은 녹색을 띤 구파래는 일반 파래보다는 몸통이 넓고 싱그러운 바다 향이 나며, 단단하고 톡톡 터지는 식감도 좋다. 개조개(대합)를 다져 썰어 넣고 구파래를 넣어 한소끔 끓여내면 봄 향기 완연한 구파랫국이 완성된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이 목을 타 넘은 후, 잔잔하게 남는 바다 향이 아주 일품이다. 구파래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부터 제철이 시작된다. 양식이 되지 않는 구파래는 수급 사정상 예약해야 한다. 통영 향토음식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충무집은 구파랫국뿐 아니라 봄에 도다리쑥국이며 멸치회, 잡어생선회 등 맛난 먹거리가 많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0-14. 2만 원.

◇몸국 = 낭푼밥상. 진정한 제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김지순 제주 향토요리 명인의 아들이자 로컬푸드 요리연구가 양용진 셰프가 주방을 책임진다. 원래 제주도의 잔치 음식답게 정통 방식으로 사골과 살코기, 내장까지 우려낸 국물에다 지정된 곳에서 받아온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끓여낸다. 진한 육수가 모자반을 만나 한결 더 구수한 맛을 낸다. 몸국은 따로 팔지만 다양한 요리도 함께 내주는 ‘가문잔치 정식’이 유리하다. 제주시 연동6길 28. 1만 원.

◇미역국 = 부산횟집. 싱싱한 생선회로 인기 높은 횟집이지만 미역국 냄비를 앞에 놓고 한잔 술을 즐기는 이가 더 많다. 미역맑은탕(지리)은 삼세기, 생광어, 우럭, 아귀, 대구 등 생선과 뼈, 내장을 함께 넣고 끓여내는데 모양새부터 푸짐하다. 신선한 미역은 육질이 단단하지만 씹으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진한 생선뼈 육수는 사골처럼 진하게 우러나 미끈한 미역 맛을 단단히 잡아준다. 반찬도 푸짐하고 하나하나 맛이 좋아 멀리서 어떻게들 알고 찾아든다.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4길 38. 1만2000원부터.

◇매생이국 = 토정황손두꺼비국밥. 이제 제철의 마지막을 맞은 매생이. 국내 처음, 아니 세계에서 매생이를 처음 재배한 전남 장흥군에서 매생이국을 맛봐야 그만 겨울을 보낼 수 있겠다. 장흥에서는 굴도 많이 난다. 토요시장 내에서 국밥도 팔고 장흥한우삼합도 차리는 집인데 겨울엔 매생이와 굴, 키조개 내장까지 넣고 끓여낸 매생이국을 낸다. 바다 향기를 품은 부드러운 매생이가 절로 식도를 타고 넘어 들면 비로소 봄을 맞을 채비를 한 셈이다.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2길 3-9.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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