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 GNI 1.1%↓ ‘2년째 후퇴’… 대만은 9.9%↑ ‘턱밑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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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0년 1인당 GNI 잠정치 3만1755달러’ 발표

금융위기 이후 첫 2년연속‘-’
코로나 타격·환율상승 영향
‘4만달러 시대’도 요원해져

지난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3만1755달러를 기록해 직전 해보다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4.3%)에 이미 큰 폭으로 감소했던 1인당 GNI가 이로써 2개년 연속 뒷걸음질 치며 ‘4만 달러’ 꿈이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로 집계돼 2019년(3만2115달러)보다 1.1%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1인당 GNI가 2개년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11.2%)과 2009년(-10.4%) 이후 처음이다. 원화 기준으로는 3747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1인당 GNI는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명목 GNI를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지난해 연간 명목 GNI는 전년보다 0.2% 성장하는 데 그쳐 1998년(-1.6%)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의 1인당 GNI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주요 7개국(G7)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나오지만 이는 관광산업 중심인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탓이 크다. 코로나19 확산을 비교적 초기에 차단한 대만은 1인당 GNI가 빠르게 늘며 한국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9.9% 급증한 2만9230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 전망치(3만1685달러)는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이탈리아의 지난해 1인당 GNI가 유로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7% 감소했는데 한국의 달러화 기준과 직접 비교하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 방식에서 이탈리아가 경제 봉쇄 방식을 취함으로써 관광객 유입에서 타격을 많이 받은 영향이 수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내외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서 앞으로 4만 달러 고지를 넘어서려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넘기는 데 소요됐던 11년보다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06년 2만 달러를 넘겼고, 2017년 3만 달러대로 들어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고 소득도 같이 하락할 수밖에 없어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서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릴 수 있다”며 “4만 달러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