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 배터리 영업비밀 없었다면 독자개발 10년 걸렸을것”

美 ITC, 최종 의견서 공개

“영업비밀 22개 침해” 판단
10년간 수입금지 근거 밝혀

SK “ITC, 실체적 검증 안해”
美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의견서를 내고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10일 나온 ITC 최종 판결 리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LG에너지솔루션은 ITC 결정을 번복하지 말 것을 각각 요청하고 있다. 최종 의견서를 둘러싸고 양사가 날카로운 대립구도를 이어감에 따라 ‘배터리 소송전’ 합의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관련 기술·정보를 독자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입금지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월 22일 서면 제출한 11개 카테고리 내 영업비밀 22개를 법적 구제 명령 대상으로 판단했다. 11개 카테고리는 △전체 공정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더블 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지그 포메이션 △양극 포일 △전해질 △SOC 추정 △드림 코스트 등이다.

ITC는 “SK가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SK가 침해 기술을 10년 내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K는 수입금지 기간을 1년으로 주장했고,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최소 5년을 제시했다. 그러나 ITC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을 이득 봤다”는 LG의 주장을 인정했다.

ITC는 양사 분쟁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18년 9∼10월 폭스바겐 수주도 언급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사업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 가격정보를 취득해 폭스바겐에 자사 배터리를 저가로 제안, 최종 수주했다”고 인정했다. ITC는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 각각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내린 데 대해서는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ITC가 LG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실체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 없었다”며 “ITC 의견서 어디에도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ITC 요구에 따라 LG가 당초 침해당한 영업비밀을 광범위하게 제시했다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보자, LG가 22개로 다시 축약했다는 것이 SK 측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22건을 지정하면서도 개별 수입 물품이 실제 수입금지 대상에 해당할지는 별도 승인을 받도록 명해 그 범위가 모호하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최종 판결 리뷰 절차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강력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 최종 결정 후 60일 이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ITC 최종 의견서 공개 직후에도 양사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날 선 공방이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