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고국서도 못 푼 국군포로의 恨… 꼭 명예회복 이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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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식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20대 젊은 나이로 오직 애국의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싸우다 결국 포로가 돼 일생을 세습 독재정권의 노예로 사신 불쌍한 국군포로 아버지. 아버지는 1953년 4월 육군 9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투 도중 북한군에게 포로로 잡혀 고단한 삶을 사셨습니다. 함경북도 길주 펄프공장 공사와 무산광산 등에서 갖은 고생만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힘든 생활에도 형제들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눈을 감을 수 있다고 애타게 몸부림치셨습니다. 아버지 마음을 몰랐던 저는 북한에서 ‘국군포로 43호’란 연좌제로 인해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를 잘못 만나 43호의 무거운 딱지를 등에 업고 힘들게 산다고 불평했습니다.

북한은 1956년 ‘내각 명령 143호’로 전쟁포로들에게 공민증을 발급했는데, 사람들이 줄여 부르던 ‘43호’란 번호는 언제나 제 가족을 짓눌렀습니다. 학창 시절 바이올린을 잘해 고등학교 졸업 후 음악 계통으로 진출하려고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저는 친구들에게 밀렸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나중에 아버지에게 들었을 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불효자인 저도 참으로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998년 4월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 있던 국군포로들을 일괄적으로 전사 처리했지만,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대한민국이 언젠가는 데리러 올 것이라며 남쪽 하늘만 바라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2005년 10월 북한을 탈출해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해 한국에 왔습니다.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조국에서 이렇게나마 아버지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목숨과 바꾼 노예의 삶을 사셨기에 이 딸은 아버지 고향에 가면 최소한 미안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아버지의 신원 회복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고 정부에 수없이 요구했지만, 정부는 국군포로 존재를 묵인해 버립니다. 못난 이 딸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중한 명예만이라도 회복시키려고 발버둥쳤지만, 갈수록 너무너무 지쳐갑니다.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 유해를 북한에서 찾아 한국에 모셨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고향에 온 것을 후회하고 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70년 분단 속에서 국군포로 43호로 평생을 사신 아버지의 억울한 삶을 어떻게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조국은 폐허 더미 위에서 10대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국군포로와 그 유가족에 대한 처우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보고 싶은 아버지, 불효자식인 딸은 아버지의 명예 회복과 이름 모를 산속에 누워 남쪽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국군포로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죽는 날까지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습니다. 아버지, 국군포로 43호의 슬픔도 이제는 날려 보내시고 아버지 명예를 찾아드리는 그날까지 이 불효자식을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세요.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딸 손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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