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글쓰기·독서법·낭독회… 작가들은 ‘말’에 대한 갈망으로 ‘클럽하우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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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어 4만 이기주 작가
주 3~4회씩 ‘생각의 숲’ 방 열어

작가들 ‘타인과 연결’ 매력 느껴
내용보다 ‘소통’ 그 자체에 집중

오디오 기반 SNS 플랫폼 클럽하우스(이하 ‘클하’)에는 유난히 책 동네 사람이 많다. 책 추천, 글쓰기, 독서법, 작가 되는 법, 독립 출판, 함께 읽기, 낭독회 등 다양한 주제의 방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직접 독자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 현장도 자주 목격된다. 그동안 오프라인 북토크를 대체해 온 건 인스타그램 라이브다. 클하가 다시 인스타의 대체재 혹은 보완재가 될지 주목된다. 인스타 라방은 휴대전화 하나면 가능했다. 클하는 이 장점을 그대로 갖춘 데다가 보다 ‘말’에 집중할 수 있어서 토크쇼적 성격을 강화한다. 여기에, 누구나 글을 쓰고 작가가 될 기회가 늘어난 시대적 흐름도 책 관련 방들이 클하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요즘 클하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사람은 밀리언셀러 ‘언어의 온도’(말글터)를 쓴 이기주 작가다. 인스타 팔로어 4만 명을 보유한 이 작가는 평소 오프라인 강연이나 방송출연을 하지 않고 오로지 SNS로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클하에 ‘생각의 숲’이라는 방을 열고, ‘밑줄 그은 문장’ ‘말의 품격’ 등 매회 다른 주제로 주 3∼4회 독자들을 만난다. 청취자 100∼200명이 꾸준히 방에 입장한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마음산책)을 쓴 가수 겸 작가 요조가 최근 클하에서 진행한 북토크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뮤지션으로 쌓은 인지도에 더해, 새롭게 에세이 작가로서의 인기까지 입증한 셈이다. 인스타 낭독회를 열고 있는 김금희 소설가도 첫 번째 낭독회를 앞두고 클하에서 독자들과 사전 만남을 가졌다. 새로운 소통형태에 관심이 많은 김 작가는 “이 플랫폼이 책에 특화된 것이리라는 전망이 인상에 남았다”고 사용 소감을 인스타에 남기기도 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의 한승혜 작가는 ‘나만의 독서법’을 주제로 방을 열었다. 한 작가는 “굉장히 재미있고 떨리는 경험이었다”면서 “재택하는 프리랜서 작가들의 경우,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갈망이 큰 것 같다”며 클하에 소위 ‘글쟁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이 밖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여자 어린이의 책 읽기’, 김신지 작가의 ‘작가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을까’ 등은 일반 청취자뿐 아니라 젠더 연구자, 출판 관계자, 작가 지망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개설한 ‘밀리는 퇴근길’ 방에서는 사두고 안 읽는 책, 숨겨둔 나만의 명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전솜이 밀리의 서재 매니저는 “자사 홍보 목적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독서 일상을 알고 싶어서 만들었다”면서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음성 기반 플랫폼인 클하가 어떻게 확장될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책이나 글쓰기 영역은 노하우는 있으나 정확한 답이 없기에 좋은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클하에선 이 의견을 줄 전문가(작가)와의 거리가 짧고, 또 정감의 교환도 가능하다”고 했다. 장 평론가는 “유튜브와 달리 내용보다 소통 그 자체를 지향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