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서울시장 후보단일화는 ‘수도 탈환·정권교체’ 위한 범야권 연대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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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서울시장 보선과 野 단일화

최근 여론조사, ‘단일화 땐 이긴다’ 시사한 것… 뉴노멀 이끄는 중도층 표심 얻어 ‘승리연합’ 구축해야
야권 상승세는 ‘LH 불법투기’파문 따른 반사효과일 뿐…‘3자 대결해도 승리’같은 분열 심리 발동하면 패착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공개된 일련의 여론조사가 야권에 던지는 시사점은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인가’ 이전에 ‘단일화를 하면 야권이 확실히 이긴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단일화 여부가 ‘수도(首都) 탈환’은 물론 내년 3월 치러질 ‘정권 교체’를 위한 범야권 연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말해주고 있다. 승리 공식은 야권 단일화이며, 승리의 철칙(鐵則)은 ‘중도층과의 동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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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일화 땐 확실히 이긴다

15일 발표된 문화일보-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9.3%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32.8%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된다 해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두 사람 모두 박 후보를 크게 이겼다. 오 후보는 박 후보를 17.1%포인트 차로, 안 후보는 17.5%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와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이 중도층 표심과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오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중도층의 지지율은 60.8%로 박 후보(32.8%)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에도 중도층 지지율이 62.6%로, 역시 박 후보(33.0%)를 두 배가량으로 앞섰다. 앞서 조선일보·TV조선 공동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오 후보로 단일화될 때 중도층 지지율은 50.3%로 박 후보(26.7%)를 크게 앞섰고, 안 후보로 단일화될 때에도 중도층 지지율이 48.6%로 박 후보(28.4%)를 훨씬 앞섰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이 단일화를 하면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 확실히 이긴다’는 것을 말해준다. 야권 후보,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 상승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사건에 따른 반사효과의 성격이 짙다. 공공부문에서의 불공정에 정권심판론이 커지면서 분노한 민심이 제1 야당으로 쏠린 것이다. 이를 보수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뀐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한국선거학회장을 지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박영선-오세훈-안철수의 3자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일부 조사 결과에 방심해 분열심리가 발동된다면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승리의 철칙은 ‘중도층 잡기’

‘스윙 보터’, 즉 중도층이 선거 승패를 가른다는 것은 상식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과 5월 대선 이후 정치 지형은 한마디로 ‘중도층의 진보 동조화’로 요약된다. 이는 거꾸로 ‘중도층의 보수 비동조화’다. 미국의 정치학자 V O 키에 따르면 정당 지지 기반과 유권자 지지 연합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정치적 변동이 발생하는데, 이때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중도층의 향배다.

여당은 탄핵 사태 이후 수차례 선거를 통해 ‘보수+중도’라는 전통적인 유권자 지지 연합을 ‘진보+중도’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정당 재편성을 동반하는 구조적인 정치 변동을 일으켰으며, 대한민국 주류세력 교체의 단초를 만들어냈다. 반면 야당은 중도층의 이반 속에 소설 속의 ‘양철북’처럼 성장을 멈춘 채 잿빛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에 갇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는 이제 진보와 보수가 중도를 포용하는 것을 넘어, 중도가 자신의 눈으로 보수나 진보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가치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에 맞게 중도가 정치 질서를 창조하는 ‘뉴노멀’을 이끌어 가는 형국이다. 즉 중도층이 선거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중도층은 극단적인 이념 성향보다는 생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하며 상식의 선과 품격을 중시하는 세력이다.

요컨대 야권에 있어 3주 앞으로 닥친 서울 보선의 ‘승리 공식’은 단일화이며, ‘승리의 철칙’은 중도층과의 동조화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가 젊은층이나 중도층의 비호감 정당으로 남아 있는 한 혁신과 통합을 꿈꿀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 탈환과 대선 승리

야권의 입장에서 보면 4·7 서울 보선에서 단일화를 해야 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수도 탈환’과 ‘대선 승리’. 수도 탈환이란 곧 ‘비정상화한 서울의 정상화’이며 ‘잃어버린 10년 서울의 회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다. 명분과 전략은 ‘둘이 합치면 반드시 이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오·안 두 후보가 힘을 합하면 절대 과반인 ‘승리 연합’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오 후보든 안 후보든 억울한 패자가 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치밀하게 단일화 협상을 하되, 오는 19일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쾌히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야권의 패배보다는 명분 있는 양보가 낫다. 단일 후보가 확정되면 진 쪽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이긴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누가 되든 향후 서울시 공동정부 운영에 착수해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설 연휴 때 오세훈·나경원·조은희·오신환 등 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군 4인은 물론, 당 밖의 안철수·금태섭에게까지 설 선물을 보낸 일은 알려져 있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야권이 단합해야 할 것 아니냐”고 답했다.

야권 입장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수도 탈환과 대선 승리를 위한 연대의 시금석이다. 국민의힘에도 국민의당에도 안보 해체, 경제 추락, 분열 조장, 법치 훼손 등 ‘타락의 철칙’에 빠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승리의 공식’인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단일화와 한국 정치의 미래

안 후보는 기자에게 “(자신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야권의 중도 확장과 정권 교체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과 절친한 사이이자 검찰 출신인 변호사는 “윤 총장이 ‘대선 과정에서 좋은 사람이 나오면 힘을 모아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수도 서울을 탈환하고, 이를 계기 삼아 제1야당 내에서 인재들을 불러 모으며, 당 밖 안철수·윤석열·홍준표·장성민·김동연 등과도 연대하고, 혁신과 통합의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궁극엔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것, 이것이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만들어내는 최종적인 그림일 것이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野, 단일화 땐 확실히 이긴다 : 최근 잇단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하면 확실히 이긴다’는 것을 말해줌. 이는 ‘LH 사태’에 따른 반사효과이지, 보수정치권에 대한 시민 호감도의 상승으로 보면 착각.

승리의 철칙은 ‘중도층 잡기’: 중도층이 선거 승패를 가른다는 것은 상식. 이제 중도가 정치 질서를 창조하는 ‘뉴노멀’을 이끄는 형국. 따라서 서울 보선 승리 공식은 야권 단일화이며, 승리의 철칙은 ‘중도층과의 동조화’임.

수도 탈환과 대선 승리 : 野 입장에서 4·7 서울 보선 단일화는 ‘수도 탈환’과 ‘대선 승리’를 위한 연대의 시금석임. 혁신과 통합의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단일화의 최종적인 그림일 것임.

■ 용어 설명

‘동조화(coupling)’란 원래 일국의 경제 현황이 타국의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 최근엔 정치·사회의 두 주체가 서로 일치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쓰임.

‘V O 키’는 미국 정당정치의 변화를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한 정치학자. ‘중대선거’를 통해 정당의 이념, 지역 기반, 유권자 지지 연합 등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