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탄력근로 3~6개월로 연장…주 40시간 미달 땐 임금보전방안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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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근로기준법’ 내달 6일 시행

재난발생으로 특별근로 불가피할 땐 주 12시간 넘긴 연장근로도 가능

주52시간 내의 유연한 근무
연장근로 등 예외조항 적용

주 64시간 연속근로 반발에
근로후 11시간 휴식 의무화

야간근로 8시간을 초과하면
100%의 가산임금 지급해야

영업·출장·AS 업무 등은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 적용

지난 2018년 3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잡음이 일었다. 제도 도입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주52시간제 도입은 받아들이면서도 시행에 따른 계도기간을 요청했고, 정부는 기업 규모별로 1년에서 길게는 1년 6개월에 달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처벌이 유예됐지만, 업종 특성상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 목소리가 계속돼왔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근로기준법을 재차 개정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주52시간제 도입을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계산하는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개정 내용의 골자다. 문화일보는 사업장에서 주52시간제를 원만히 도입하기 위한 유연근로제도의 개념과 사용방법 등을 정리했다.

1.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는 모두 유연근로시간제의 일종이다. 유연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업무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근로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거나, 근로자의 선택에 맡겨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주별·일별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여, 평균적인 근무시간을 한 주당 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계절적인 영향을 받거나, 시기별 업무량에 편차가 많은 업종에서는 시기와 상관없이 주당 근무시간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업종을 위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선택근로제는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근로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제도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사무관리, 연구·개발(R&D), 디자인, 설계 직종 등 비교적 창의적이고 연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업종을 위한 유연근로시간제의 일종이다.

2. 왜 마련됐나

정부는 2018년 3월 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주52시간제 도입 현장에서 직종과 업종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제도 유지를 위한 보완대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2019년 2월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한 주52시간제 보완입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상정돼,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가 올해 4월 6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한 주당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추가해 총 52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한 제도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특별연장근로, 추가연장근로, 특례제도 등의 연장근로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 운용해야 한다.

3. 도입 과정에서의 쟁점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도입에 앞서 경영계와 노동계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민 불편 등 가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주52시간제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반대했다. 20대 국회에서 여야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놓고 큰 간극을 보여 결국 해당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당시 여당은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신 선택근로제를 도입하지 않는 방향을 추구했고, 야당은 노사 합의를 거친 경우 최대 단위기간을 1년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고수했다. 여야의 합의 불발로 마련되지 못한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 들어서면서 단위기간 3∼6개월짜리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며 일단락됐다.

4. 기존 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오는 4월 6일부터 시행되는 탄력근로제는 기존의 2주 또는 3개월 이내였던 단위기간을 3∼6개월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앞서 시행된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는 각각 2주, 3개월 이내 기간에서 한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2주 이내인 경우 취업규칙 규정으로, 3개월 이내인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가 탄력근로제 도입 시 기존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고용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임금보전방안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이번에 신설된 3∼6개월짜리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이 3∼6개월로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면 된다. 기존 제도와 달리 임금보전방안을 고용부 장관의 요청이 없더라도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5. ‘특별연장근로’, 어떻게 적용되나

재난이 발생한 경우,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경우 등 다양한 사정으로 근무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난 2019년 7월 발생한 일본 측의 통상압박에 따라 일부 첨단소재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고용부는 특정 R&D 업종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한 바 있다. 특정한 사정으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각 사유는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 또는 예방을 위한 긴급조치 △인명보호 또는 안전확보를 위한 긴급조치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 폭증 또는 단기간 내 미처리 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R&D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한 주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12시간을 넘는 경우에는 연속 2주를 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6. 정해진 근무시간 초과하면

평균 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급하지 않는 등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단위기간 안에서 산정해야 하는데, 법정 연장근로수당을 이미 지급해왔다면, 재차 산정해 지급하지는 않아도 된다. 다만 관련한 내용을 지키지 않아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선택근로제의 경우 근로자가 한 주 최대 64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가 연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 노동계에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은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11시간 이상의 연속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또한 천재지변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단 11시간의 연속휴식은 선택근로제를 적용받지 않거나, 1개월 이내 선택근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부여되지 않는다.

7. 연장·야간·휴일근무 가산수당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초과한 시간만큼의 가산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가산수당은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50%로 규정돼 있다.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도 가산수당의 비율은 50%로 동일하다. 다만 요건에는 차이가 있다. 야간근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 이뤄진 근로에 대해 50%를 추가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휴일근로는 근로시간 8시간 이내에 한해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지만, 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가산수당이 적용되는 휴일근로일은 법정휴일뿐 아니라 약정휴일도 포함된다. 또 휴일근로가 야간근로에 해당하는 경우는 사유별 할증률을 합산해 지급해야 한다.

8. 도입시 필요한 노사합의는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도입할 때에는 각 취업규칙 변경,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등 요건을 확인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기존에 운영되던 ‘2주 이내’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 작성·변경으로 도입할 수 있다. 취업규칙 변경 시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개정된 ‘3∼6개월’짜리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서면합의는 쌍방 간 합의가 필요한 만큼 취업규칙 변경보다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선택근로제의 경우는 취업규칙 근거뿐 아니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모두 필요하다. 또 외근이 잦은 업종과 창의적이며 업무 연장성이 필요한 업종에서 도입하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나 ‘재량근로시간제’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 노사 당사자가 서명 또는 날인해야 하며, 합의한 서류는 3년간 보존해야 한다.

9. 근로시간은 어떻게 책정되나

출장 등 사유로 근로시간 중 상당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소정근로시간,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주로 영업직이나 AS 업무, 출장 업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해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정확히 평균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가 있다. ‘재량근로시간제’는 업무의 성격상 근로자의 재량에 업무수행 방법을 위임해야 하는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주로 신상품·신기술 R&D,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연구 등 연구업종이나,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의복·공업제품·디자인 고안 등 창의적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재량근로시간제에 해당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창의적 업종 외에도 신문·방송, 기사 취재, 영화 제작 등 긴 시간이 일정하지 않게 편성되는 업무도 재량근로시간제 업종에 포함된다. 회계·법률사건·납세·법무·노무관리·특허·감정평가·금융투자분석·투자자산운용 등 상담, 조언, 감정 등의 전문적 일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10.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경우는

유연근로시간제를 운영하면서 어떤 경우가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중요해졌다. 근로기준법상 근무 중간에 생기는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은 따로 구분된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이 보장된 시간으로, 근로시간으로 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로운 이용이 어렵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본다. 출장을 나가서 일하는 것은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되는데, 이 경우 출장지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업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업무를 위해 교육받는 ‘교육시간’은 경우에 따라 근로시간에 포함되기도, 배제되기도 한다.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이지만, 근로자 개인적 차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워크숍이나 세미나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수행 등을 위한 논의 목적으로 이뤄진 경우는 근로시간에 포함되지만, 직원 간 단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 그 외에 업무 수행과 관련해 사용자의 지시·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접대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회식은 조직 구성원의 결속과 친목을 위한 것으로,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