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미얀마 새해 알리는 ‘띤잔축제’ D-1…환호 대신 긴장속 ‘피의 축제’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얀마 시위대가 지난 5일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가 숨진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과 함께 검은 풍선을 들고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권병탁 통신원이 전하는 미얀마 현지 분위기 1신

내일부터 물 축제 ‘띤잔’ 휴무
시위 진압 속 축제 분위기 상실
유혈진압·연행 ‘공포의 밤’ 지속

軍, 시위대·반군 결탁 차단 위해
휴무 기간 인터넷 완전차단說도

지방반군 수도결집땐 내전 비화
시위대 무장땐 유혈확산 불가피
군부 승리전망속 연휴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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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명절인 신년 물 축제 ‘띤잔’(Thingyan) 연휴를 앞두고 미얀마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물을 뿌려 죄의식을 정화하는 축제가 자칫 ‘피바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부 역시 연휴가 시작되는 10일부터 인터넷 전면 차단 등 강경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뒷배’인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차원의 제재나 개입이 원천봉쇄된 상황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물론, 한국 교민들도 사태 해결의 기약 없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군부와 시위대의 격돌 속에서 미얀마 정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권병탁 문화일보 통신원이 현지의 혼란과 불안의 분위기를 담은 1신을 전해왔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두 달을 넘긴 이 시점, 이렇다 할 만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군부와 시위대 간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부터 미얀마가 본격적인 물 축제(띤잔) 휴무 기간에 돌입한다. 매년 4월 중순이 되면 미얀마에서는 연중 최대 행사인 ‘띤잔 물 축제(Thingyan Water Festival)’가 시작되는데, 축제는 미얀마력으로 새해다. 미얀마인들은 이 기간에 서로 물을 뿌려줌으로써 불결함과 불순함,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의 잘못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청결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축제 휴무는 이번 주말인 오는 10일 시작돼 19일까지 지속되는데, 기쁜 마음으로 희망의 새해를 맞아야 하는 이 신성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이곳 현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방방곡곡에서 곡소리가 나는 암울한 시기가 계속 이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부의 강경 진압과 발포 속에 시위대가 동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 중부 도시 즈가잉에서는 시위대의 사제총과 수류탄이 등장하면서 물 축제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군부는 이미 휴대전화 데이터 인터넷을 막은 데 이어 와이파이 인터넷도 차단했다. 또 매일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모든 인터넷을 중단시키면서 시위대의 소통과 집결을 최대한 막고 있다. 군경이 매일 시위에 관여한 주요 인사들의 거주지에 무단 침입한 뒤 연행하는 ‘공포의 밤’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구심점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시위가 빈발한 지역에서는 밤에는 아예 전기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위대 활동을 제어하고 있다. 물 축제 휴무가 시작되는 10일부터는 모든 인터넷을 차단하기로 한다는 정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군부의 치밀하고 강력한 조치에 대항해 시위대는 기존의 평화적인 시위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소규모 무력행위로 군경을 공격하고, 반군과 결탁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려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번 물 축제 연휴 기간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시민들을 독려하고 있고, 지방의 반군들을 양곤으로 유입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자칫하면 내전으로 갈 수도 있어 대규모 인명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얀마인들뿐 아니라 미얀마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에 불안해하고 있다. 군부 산하 기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통제된 상태며, 인터넷과 전기 사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또 군부의 강력조치와 소수민족 반군들의 개입으로 내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얀마인은 서방 국가 등 외부 세력의 개입 없이는 군부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결사항전’을 내세우면서 장기화 가능성도 커졌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정국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병탁 통신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얀마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공포감과 불안함을 늘 간직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한인 교민이 거주 중인 양곤의 경우 전 지역 통금이 내려진 상태다. 이번 주부터는 거주자 신고 단속 강화 지침도 나오면서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활동 제약 등으로 비자가 만료된 일부 교민은 불안감을 안고 지내고 있다. 특히 이번 물 축제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현지에서 나돌면서 물 축제를 전후로 많은 교민이 귀국했거나 귀국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교민은 귀국하기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귀국 시 2주 자가격리도 부담인 데다, 미얀마 군부가 외국인 입국 쿼터를 적용하고 있어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언제 미얀마로 복귀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양곤에서 약 20년간 사업을 해오고 있는 한 교민은 전화 인터뷰에서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어 잠시 이곳을 피해 한국으로 가고 싶지만 우리 같은 개인 사업자들은 제약이 많다”면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서 너무 오랫동안 손을 떼게 되면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데, 귀국 시 2주간 격리가 필요하며 미얀마 재입국 시 또 2주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국 주재 미얀마 대사관에서는 하루 외국인 입국자 수를 한정하고 있어 몇 달을 대기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위험하니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하는데, 이 같은 제약들이 교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특별귀국조치를 통해 격리 기간을 줄여주거나, 미얀마와의 협의를 통해 교민들이 희망하는 시기에 미얀마 재입국을 보장해준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많은 교민이 지체 없이 귀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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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탁(46) 통신원은 미얀마 양곤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교민잡지 ‘모닝 미얀마’를 발간하고 있으며 부산외대 해외취업특임교수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