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전남 해남군 ‘해남등대원’ 실내 놀이터 모습. 아동들의 의견에 따라 미끄럼틀, 해먹, 트램펄린 등이 설치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해남등대원’ 아동들이 실내에 모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제공한 체육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체조를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해남등대원 ‘우리들의 아지트’ 사업
50여명의 아동복지시설에
작년 2월 실내놀이터 공사
설계부터 아이들 의견 반영
여러 차례 디자인회의 거쳐
트램펄린·샌드백 등 설치해
사용 규칙도 원생 직접 결정
“놀이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돕고 모두들 즐거워 해
그러면서 함께 변화하고 성장”
50여 명의 아동이 살고 있는 전남 해남군 ‘해남등대원’. 지어진 지 40년 된 아동복지시설 건물의 지하창고는 습하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이 쌓여 어둡게 방치돼 있던 창고에 빛이 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2월. 해남등대원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손을 잡고 지하창고를 실내 놀이터로 조성하기로 한 뒤부터였다.
해남등대원 아동들은 평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에 의존해 무기력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지리적 특성상 주변에 문화·체육 시설이 없었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아동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동들은 놀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고, 이들의 절박함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나서 ‘우리들의 아지트’ 사업에 착수했다.
아동들은 실내 놀이터 조성 초기 단계부터 직접 나섰다. 14평 남짓한 지하창고를 놀이터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직접 워크숍을 열고, 디자인 회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실내 놀이터에 들어가야 할 놀이 기구와 시설물도 직접 결정했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한 아동은 “시설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혼자 있을 수 있거나 또래 친구 몇몇과만 비밀스럽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곳곳에 해먹이나 그물 쉼터 설치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들의 의견에 따라 미끄럼틀, 트램펄린, 해먹, 샌드백 그리고 그물 쉼터가 실내 놀이터에 설치됐다.
실내 놀이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동들은 놀이터 활용 및 사용 규칙도 직접 결정했다. 또 어린이재단은 해남등대원 아동들에게 일종의 놀이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미취학 아동에게는 실내외 구분 없이 아이가 있는 모든 공간이 놀이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놀이를 하는 ‘움직이는 놀이터’, 초등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인 미술활동’, 중고등학생들에겐 ‘스포츠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적게는 5회에서 많게는 20회 정도 제공했다.
해남등대원 관계자는 “놀이 프로그램 중 나무 기둥 사이로 해먹을 설치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자신이 해보겠다며 씩씩하게 나무 기둥에 오르자, 옆에 있던 아이도 용기 내 나서는 모습을 보여 뭉클했다”며 “아동들의 연령과 발달상태는 다르지만, 놀이 프로그램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모험심과 자립심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 좋았다”고 말했다.
아동들이 직접 참여한 실내 놀이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산타의 선물처럼 개관했다. 아동들은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가 놀이터 곳곳에 반영돼 있는 걸 보면서 “와∼정말 만들어졌네”라며 신기해하고, “우리가 만든 놀이터야”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들의 얼굴엔 스스로 무엇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해남등대원 아동들은 이제는 실내 놀이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큼지막한 트램펄린에서 하루 종일 콩콩거리며 뛰는 초등학생들, 해먹에서 동생들의 간섭 없이 멍때리는 중학생들, 샌드백을 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고등학생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미세먼지가 많든 적든, 춥든 덥든…. 이들은 필요에 따라 놀고 쉬며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해남등대원 관계자는 “놀이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필요할 때 서로 도우며 함께 즐거워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역사회에도 아동양육시설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깨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놀이터뿐만 아니라 어린이재단에서 제공한 놀이 프로그램이 아동들의 자존감, 독립심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만큼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지속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