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안 리, 무제, 162×112㎝,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20
그 바람은 / 세월을 알리고 / 그 바람은 / 내가 쓸쓸할 때 불어온다 / 그 바람은 / 봄이 떠나는 것을 말한다 … (박인환, ‘오월의 바람’ 중)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은 생명을 불어넣는 주술이다. 그랬던 바람도 5월이면 환희와 아쉬움 사이를 오가며 배회한다. 야음을 틈타 떠나보내야 하는 너.
밖에서 꽃과의 이별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 때, 그의 내면에는 충동의 바람이 인다.
신체를 붓으로 사역하는 화가 ‘이안 리’의 심연에 일고 있는 바람의 정체, 그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원초적인 에너지다. 땅 밑의 마그마 같아 그것의 표출은 막을 수 없다. ‘승화’라는 그릇에 담을 뿐.
손가락, 손바닥, 팔뚝 같은 신체가 저절로, 무위로 미끄러져 간다. 멈췄다 싶으면 달리고, 곧다 싶으면 굽고, 뭐다 싶으면 사라지곤 하는 몸짓 흔적들.
오로라 같은 변화무쌍한 자연의 속성을 고스란히 띠고 있다. 낙화를 의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생명의 약동에는 소멸도 있는 것. 메멘토 모리.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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