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맹신 우려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1-06-08 11:3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주주 넘어 고객 종업원 포함
이해관계자를 ESG 중심에 둬
실무적 이론적으로 개념 모호

美 대기업들 사회적 책무 선언
실행할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
주주 자본주의 대안 될 수 없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는 기업이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해관계자는 주주와 채권자 외에 고객, 종업원, 납품업체 등 협력사, 지역사회, 언론, 시민단체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사회적 정서에 잘 맞는다. 하지만 대상이 다양하고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안정된 체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은 2019년에 기업의 목적을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추가한다고 선언하고 181개 기업의 서명을 받았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서둘러 주주 자본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도래했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이후 대다수 기업이 이사회 승인을 구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실행할 수 없는 과제임을 드러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광풍에 편승해 이해관계자를 ESG의 중심에 두려는 조짐이 보인다. ESG의 지배구조(G)는 주주 이익을 위해 경영자를 감시·통제하는 전통적 지배구조와 달리 이해관계자 이익을 중심에 두려고 한다.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사회(S)에서는 사회 구성원, 환경(E)에서는 인류 전체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ESG 경영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 ESG 경영 정보의 제공 대상을 투자자에서 이해관계자로 확대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주식회사는 대형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기업의 한 형태다. 투자자금 회수를 염려하는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소유권을 주식으로 표시해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주주는 수가 많고 소유권 이전이 잦아 경영을 소유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경영자는 모든 주주가 공통 관심사로 동의한 기업 가치를 단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주주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주주 간 다툼이 있으면 지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해결한다. 경영자가 중시할 대상과 목표 및 방법을 명확히 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대상 및 대상들 간의 중요도가 명확하지 않다. 이해관계자 간에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결할 방법을 정하기 어렵다. 경영자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때, 의사결정 기준을 정하지 못해 경영자의 가치 기준으로 자의적 판단을 하기 쉽다.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대리인인 경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경영자의 결정에 대해서 시장이 주가로 평가하고, 이사회가 주주 가치 관점에서 평가해 결국 주주의 자본주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주주 자본주의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주식회사에서의 분배는 동시가 아니라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고객은 원할 때만 구매하므로 소비자 잉여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남은 이해관계자들은 주주보다 먼저 지급된다. 여차하면 거래처를 옮기거나 이직해도 된다. 주주는 남은 게 있어야 가져가고, 모자라면 투자한 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기업이 부실해지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때까지 남아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사업의 최종 위험을 책임지는 주주의 만족은,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 가능하므로 주식회사는 기업 가치를 경영 목표로 하는 게 가장 유인(誘引) 부합적인 구조다.

물론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거래나 계약이 적절해야 주주 자본주의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고객을 기만하지 않고, 고용계약을 공정하게 하며, 거래처와 정당하게 거래하고, 산업안전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법규로 강제해서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고 주주 자본주의를 보강한다. 즉,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주주 가치라는 목표의 제약 조건으로 작용한다. 주식회사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는 이상적이나, 새로운 형태의 기업 제도가 출현하기 전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