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공석 50일…할 사람이 없나

거론되는 인물들 고사하거나
노조 등서 반대로 임명 못해
‘9개월 시한부’ 꺼린다 분석도
수장 장기부재로 감독기능 약화

25일이면 지난달 7일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한 지 딱 50일이 된다. 금감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권 감독 업무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장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노조 반발, 금융위원회 반대 등의 문제로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안팎에서 고위 관료와 교수 출신 등을 중심으로 한 차기 금감원장 인선이 거론되고 있는데 후임자 낙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 교수 출신 금감원장 임명 가능성이 제기됐다가 모두 물망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교수 카드는 금감원 노조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출신 윤석헌 전 원장으로 인해 금감원 노조는 교수 출신에 대해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원 교수는 더욱이 금감원 부원장 시절 금융위원회와의 협조 관계가 원활치 않아 금융위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은 추천 인사 가운데 금융위가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식으로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위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윤 전 원장의 퇴임을 전후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종호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거론됐지만 모두 금감원장 자리 추천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후보군이 거론됐음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금감원장 직무대리를 수행 중인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위원장의 내부 승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장에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서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후보자들이 ‘9개월 시한부’ 예정인 금감원장 자리를 먼저 피하려 한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감원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임기를 끝까지 채운 금감원장은 역대 13명 금감원장 중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정치권에 휘둘리는 자리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진행한 뒤 정권의 변동에 따라 금감원장의 임기도 유동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정권교체에 따라 임기를 2개월 남기고 사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