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신영복체 사용 두고 시민단체 비판 성명

“신영복체 사용은 선배 경찰들의 혼 모독”

서울경찰청이 지난 9일 고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를 배경으로 최관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의 취임식을 연 것을 두고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당시 신영복체로 쓰인 비전표어 ‘가장 안전한 수도치안, 존경과 사랑받는 서울경찰’을 청장 취임식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19일 자유민주연구원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바른사회시민회의. 행동하는자유시민 등 105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서울경찰청 비전 표어에 수많은 서예체 중 하필 통일혁명당 간첩 신영복 글씨체를 선정·게시한 것은 북한의 대남적화공작에 맞서 목숨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선배 경찰들의 혼(魂)과 국가 정체성을 모독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가 성명서를 낸 배경에는 과거 대공 수사를 주도했던 국가정보원과 대공 수사권을 이관받게 되는 경찰이 대표적 공안사범인 신 전 교수의 서체를 원훈·표어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또한 지난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공개한 원훈석에 새겨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의 글씨체가 신영복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전 교수의 글씨체가 대북정보·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에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을 퇴직한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모임은 지난달 21일부터 10여 일간 서울 서초구 국정원의 정문ㆍ남문ㆍ후문에서 2명씩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고, 이번 서울경찰청의 신영복체 사용을 계기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