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산골서 자라 먹은 적 없겠구나”… 손수 소라 까주셨던 시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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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1941~2021)

저희 시아버님은 참 다정다감한 분이셨습니다. 젊으셨을 때 작은 배로 고기를 잡곤 하셨는데 제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에 갔을 때였습니다. 소라를 한가득 삶아 식탁에 놓아주시고는 어떻게 먹을지 몰라 당황하는 저에게 “산골에서 자라 이런 거 먹은 적 없겠구나” 하시면서 손수 까서 접시에 놓아주시면서 먹으라 하셨습니다. 큰아이를 맡아 키워주셨는데 제가 아기를 보러 갈 때 동네로 들어가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큰길까지 손수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 나와 주시곤 하셨습니다.

또한 저희 시아버님은 손재주가 많은 분이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농기구가 고장 나면 모두 저희 시아버님을 찾기 일쑤였고 저도 칼이 들지 않거나 의자가 삐걱대면 아버님께 가져가 고쳐오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시아버님을 친정아버지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려 했고 그런 저의 마음을 아셨는지 시아버님도 저를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무척 따르고 좋아했습니다.

그런 시아버님이 지난 6월 19일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건강이 좋으신 편은 아니었으나,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으셨는데 5월 중순부터 급격히 숨 쉬는 데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10일간 힘겹게 버티시다가 다행히 퇴원해서 집으로 오셨고 3주 정도 아들 둘과 딸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셨지만 끝내 병을 이기지 못하셨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시어머님과 아들 둘 그리고 며느리가 임종을 지켰고 편안한 모습으로 가셨습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지셨는데도 동네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면서 한사코 119 앰뷸런스 부르는 것도 거부하시던 분, 몸져누워 계시면서도 손주 용돈을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시던 분, 누구에게나 베푸는 데에는 여유로웠지만 도움을 받을 때는 스스로 한없이 경계하셨던 분이셨기에 천당이란 곳이 있다면 시아버님은 반드시 그곳에 가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시아버님을 보내드린 날처럼 오늘도 날씨가 너무 뜨겁습니다. 그래서 이런 날은 더욱더 시아버님이 그립습니다. 부디 그곳에서 편안히 계시길 빌어봅니다. 여전히 그리워하는 며느리가 올립니다.

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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