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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30일(金)
“韓 개고기 문화는 매우 복잡한 이슈…편견 없애려고 일단 직접 먹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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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다룬 ‘누렁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케빈 브라이트 감독은 대한육견협회를 설득하기 위해 직접 보신탕을 먹기도 했다.

■ 다큐 ‘누렁이’ 제작 유튜브서 화제… 케빈 브라이트 감독 이메일 인터뷰

관련단체서 일하는 한국인 친구에게 이야기 듣고 첫 호기심
2017년부터 4년동안 한·미 오가며 촬영…사비 털어 제작
개 농장주·육견협회 관계자 촬영협조 구할때 가장 힘들어

한국인,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개고기로 단백질 보충
대부분 개고기 산업 합법 여부 등 잘 몰라… 논의 확산되길


“편견 없이 만들기 위해 직접 개고기를 먹어보고 취재했다.” 올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초복, 중복을 지나 계절의 시간은 말복(8월 10일)으로 향하고 있다. 복날 하면 여전히 한국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보신탕’인 듯하다. 요즘은 보신탕보다는 삼계탕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주변에선 아직도 식육견이라는 이름으로 개의 도축과 판매, 섭취가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찬반 논란을 지나 보신탕 이슈가 수그러들었다고 생각하던 즈음, 미국의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다룬 ‘누렁이’를 지난 6월 10일부터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해 지금까지 43만 명이 봤다. ‘누렁이’를 연출하고 제작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을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미국의 유명 시트콤인 ‘프렌즈’ 시리즈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쩌다가 한국의 보신탕 논란을 다큐멘터리로까지 만들게 됐을까.

“한국인 친구 태미에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태미는 ‘도브(DoVE: Dogs of Violence Exposed)’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한국의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미국 가정에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교육 제도나 경제력의 위상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개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직접 그 시장 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개고기 산업에 대한 정보가 일관되지 않고 너무나 제각각이었다. 취재 중에 만났던 한국인 대부분은 개고기가 합법인지 아닌지,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개가 식용으로 쓰이는지 등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태미를 다큐멘터리의 가이드로 설정해 제작했다.”

▲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자신의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다.

브라이트 감독은 2017년부터 취재 및 촬영에 들어갔다. 2021년 6월 공개하기까지 수시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약 4년을 매달렸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4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개고기 이슈가 한국에서 어떤 불화를 초래했는지 알게 됐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은 개 농장주들이 사악하고 야만적이라며 비난하고, 개 농장주들은 동물보호운동가들이 기부금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저는 개고기 산업을 둘러싼 혼선을 바로잡고 사실을 제시하며 동물보호운동가들과 개 농장주들이 미래를 위한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서 ‘누렁이’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개 농장주나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들을 카메라 앞에 앉히는 게 가장 어려웠다. 자신들의 모습이 안 좋게 비칠 게 뻔한데 인터뷰해 줄 리 만무했다. 브라이트 감독은 설득을 위해 자신의 ‘금기’까지 깼다.

“영화를 기획할 때 보신탕 식당에서 육견협회 관계자를 처음 만났다. 아마 육견협회 측은 제가 정말 편견 없이 영화를 만들 것인지 먼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들은 제게 개고기를 먹어보라고 권했고, 저는 그때 보신탕이 어떤 맛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 저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그래서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막상 개고기를 먹으니 마음이 매우 불편했지만, 대신 육견협회의 촬영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육견협회의 도움으로 실제로 개를 도축하는 장면까지 담을 수 있었다. 전기충격기를 쓰는 매우 불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의 취지를 살리는 데 꼭 필요했다.

대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게 항상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 애썼다. 육견협회, 개 농장주,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국회의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개 농장주를 포함해 개고기 산업 관계자 누구도 나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개고기 산업 관계자의 의견과 관점은 이 영화에 꼭 포함돼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는 일생 동안 많은 시간을 개와 함께 보냈기 때문에 개 농장의 끔찍한 사육환경이나 비인도적인 방식의 도살에 대해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누렁이’의 편집본은 22개나 된다. 편집할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더하고 빼기를 거듭했다.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촬영 전반을 맡은 션 브래들리 프로듀서, 편집자 에릭 원, 로케이션 담당 이주현 프로듀서 등 많은 사람이 힘을 보탰다. 더구나 4년간의 이 모든 작업은 브라이트 감독의 사비로 충당했다.

“한국 개고기 산업에 대한 영화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미국과 유럽에선 개를 반려동물로 여기고 있고, 이들을 식용으로 대하는 영화는 세계 곳곳의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원과 경험이 있어 다행이었다.”

다큐멘터리 말미에는 내레이터인 태미가 “개고기 문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찬반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난 이후다. 브라이트 감독도 비슷한 체험을 한 것 같다.

“한국에서 개고기 소비란 매우 복잡한 이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영화를 만들면서 개고기 논란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보신탕은 한국 역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저는 보신탕이 한때 왕족을 위한 요리라고 들었다. 그러나 보신탕은 오히려 한국이 매우 빈곤했던 시절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후에 개 말고는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의 한국인들에게 개는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인들은 집 안에서 개를 기르고 있고 개들이 인류와 맺어온 특별한 관계를 잘 알고 있다. 또한 누렁이와 도사견도 반려견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달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결코 다르지 않다. 같은 개일 뿐이다.”

브라이트 감독은 실제로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모두 한국의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이다. 한 마리는 누렁이 호프(Hope), 다른 한 마리는 오스카(Oscar)다. 호프와 오스카는 충성심이 깊고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고 한다.

브라이트 감독은 7월 한국을 방문해 ‘누렁이’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잠정 중단됐다. 올가을쯤 방한을 추진 중이다.

“‘누렁이’를 찍는 동안 제 생각보다 많은 한국 사람이 개고기 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는 한국 사회에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여러분은 개고기 소비와 관련된 상황을 지금 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선택은 한국인들의 몫이다. 부디 제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개고기 소비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더 확산하길 바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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