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 공항서 함께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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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대로(34)·장지원(여·31) 부부

여성복 디자이너였던 저(지원)는 결혼 뒤 여성복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남성복 쇼핑몰을 운영 중이에요. 부부가 동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부부이자 사업동반자이기도 한 저희 부부의 인연은 SNS에서 시작됐습니다. 우연히 본 패셔니스타 할아버지 동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해당 영상을 게시한 남자가 제 SNS의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전 궁금한 마음에 그 남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저의 집 앞 카페에서 그 남자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웬 짧은 반바지에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남성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남성이 제발 ‘제가 만나기로 한 그 남자’가 아니길 바랐지만, 맞더라고요. 제 이상형인 ‘멀끔한 남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죠.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정말 잘 통했어요. 대화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저희는 그날 영화까지 보고 새벽이 돼서야 헤어졌어요. 인연의 시작이 됐던 할아버지 동영상은 남편이 두바이 여행을 갔다가 공항에서 직접 찍어 올린 거래요. 남편은 입이 크고, 패션 감각이 있는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하는데 제가 딱 그런 스타일이었다나요.

저희가 만난 기간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프랑스 파리에서의 웨딩촬영도 아니고 결혼식 당일도 아닙니다. 베이징 공항에서 노숙했던 일이에요. 베이징을 거쳐 파리행 비행기로 갈아타려는데 환승 비행기 출발 2시간 전, 여권이 안 보이는 거예요. 넓은 공항을 넋 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습니다. 파리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공항 직원이 뒤늦게 여권을 들고 나타났어요. 그렇게 다시 표를 끊었고 꼬박 하루를 베이징 공항에서 보냈습니다. 공항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세수도 하고요. ‘인생은 사랑 그리고 여행이다’라는 문구를 청첩장에 적었어요. 저희 부부 이 문구처럼 살아가고자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