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尹 사법 리스크가 만든 ‘불안 사슬’… 끝나도 끝나지 않는 ‘본선 구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허민의 정치카페 - 여야 ‘후보교체론’ 나올까

지지율 흔들리고 나란히 사법적 의혹에 노출… 李·尹,‘사슬구조’ 로 묶여 후보교체론 꿈틀

‘文心’과 檢수사 따른 대장동 사건 향배가 관건… 여권發 후보교체론, 野에 영향 미쳐 대선판 요동칠 수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 대선후보 이재명과 야당 1등 주자 윤석열. 두 사람 모두 ‘불안의 사슬구조’에 묶여 있다. 이재명은 20∼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대장동 수렁’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역시 지지율의 상승기류를 타지 못한 채 ‘사법 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민심이 요동칠 수 있으며 ‘이재명 대 윤석열’ 양강으로 짜인 대선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여권에서 꿈틀대는 ‘후보교체론’이 야권까지 영향을 미치며 대선판을 관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한 지지율

여야 내부에서 혼돈 기류가 사라지지 않는 배경엔 각 진영 1등 후보들의 불안한 본선 경쟁력이 자리한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근 지지율 추이를 분석하면 두 사람 모두 흔들리는 터전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대선후보 지지율. 지난 7월 첫 주부터 10월 첫 주까지 다자대결에서 이재명은 24→25→24→25%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윤석열은 25→19→19→20%의 경향적 하향 추세를 보였다. 같은 시기 무응답(의견 보류)은 32→29→32→26%나 됐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둘째, 정치적 부동층을 상징하는 2030 지지율. 이재명은 같은 시기 20대에서 12→13→14→16%, 30대에서 28→30→26→22% 지지를 나타냈다. 윤석열의 경우 20대에서 15→9→5→2%, 30대에서 20→14→9→5%를 얻는 데 그쳤다.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 급락 현상이 뚜렷하다. 반면 무응답 비율은 20대에서 절반 혹은 과반에 이르고, 30대에서도 30∼40%나 된다.

셋째, 이른바 텃밭 지지율. 흔들리는 여야 1등 이재명과 윤석열은 소속 정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과 대구·경북(TK)에서조차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7∼10월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은 호남에서 31→30→31→39%를 얻는 데 머물렀고, 윤석열은 TK에서 42→35→25→23%를 획득했다. 이와 윤 모두 소속 당의 근거 지역에서조차 ‘전략적 선택’을 받는 데 실패함으로써 대세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불안한 지지율은 이들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을 키우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사법 리스크

지지율 정체·하락에 따른 불안한 본선 경쟁력이 후보교체론의 ‘토대’라면 사법 리스크는 그 ‘상부구조’를 이룬다. 이재명은 ‘대장동 의혹’과 ‘변호사비 의혹’으로부터, 윤석열은 ‘고발 사주 의혹’과 ‘처가 의혹’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이 민주당 경선 피날레인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28 대 62’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은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장동 의혹에 따른 불안한 후보론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쟁자 이낙연은 “대장동 개발 비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고, 야권에서는 일찌감치 “민주당에서 후보교체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 상태다.

대장동 리스크의 향배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그리고 친정권 수뇌부로 구성된 검찰의 수사에 달려 있다. 수사의 핵심은 비정상적으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의 종착지가 어딘지, 그리고 의혹의 중심인물들과 이재명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그의 대권 행보가 날개를 달 수도,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대장동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은 고발 사주 연루 의혹,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관련 의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이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입당 이후 지지율의 경향적 추락 현상을 겪은 그는 각종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불안한 후보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여야 대선 구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만에 하나 일어날 수도 있는 여권발 후보교체론 등 대선 구도의 변화는 야권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전체 대선판을 흔드는 인계철선이 될 수도 있다.

◇역사와 교훈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사에서 후보교체론은 세 번, 15대(1997년)·16대(2002년)·17대(2007년) 대선 때 등장했다. 한결같이 후보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용납되기 어려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됐던 경우다.

15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여당) 후보 이회창의 경우 두 아들의 군 면제 의혹인 ‘병풍’ 사건이 정치·사법 리스크를 키우면서 후보교체론까지 부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보수 진영 내부의 강력한 라이벌이던 이인제가 ‘독자 출마’의 길을 택하면서 대선 후보직은 유지했지만 표가 갈린 보수 진영은 패배했다.

16대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여당)의 노무현은 후보 선출 후 반복적인 실언과 정제되지 않은 행보, 그리고 지방선거 패배 등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자 후보교체론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대안으로 급부상한 정몽준을 상대로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후보 단일화를 극적으로 성사시키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야당) 후보 이명박은 차명재산 의혹과 BBK 이면계약서 논란 등으로 후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보수 진영 선수교체론’에 시달렸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보수 진영 대표선수로 투입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여당 후보 정동영의 지지도가 워낙 낮아 버티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재명은 여당 내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로 대선 후보가 됐다는 점에서 노무현과 닮았지만, 비리의 수렁에 빠졌다는 점에서 이명박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법조인 출신으로 일약 대권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회창과 비교되지만, 외연 확장의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사례를 연상시킨다.

◇후보교체론 향배

후보교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사례에서 나타나듯 성사된 일도 없다. 하지만 여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선 불복 후폭풍에 휩싸이고 야당 1등 주자인 윤석열이 지지율의 나락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결코 가볍지 않은 사법 리스크를 안은 채 불안의 사슬구조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후보교체론은 앞으로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불안의 사슬구조 : 여당 대선후보 이재명과 야당 1등 주자 윤석열 모두 ‘불안의 사슬구조’에 묶여 있음. 이·윤 두 선두 주자의 지지율 정체·하락은 본선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을 키우고 후보교체론의 근거를 제공함.

사법 리스크 : 지지율 정체나 하락이 후보교체론의 ‘토대’라면 사법 리스크는 ‘상부구조’임. 이재명은 ‘대장동 의혹’과 ‘변호사비 의혹’ 등으로부터, 윤석열은 ‘고발 사주 의혹’과 ‘처가 의혹’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

후보교체론 향배 : 1987년 민주화 이후 후보교체론은 세 번 있었음.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사법 리스크에 노출됐던 경우임. 대장동 수사가 여권발 후보교체론을 부르고 야권에 영향 미쳐 대선판 전체를 뒤흔들게 할 수도.

■ 용어 설명

‘BBK’ 사건은 투자자문회사 BBK의 금융사기극. 야 대선후보 이명박이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으며 지지율이 떨어져 후보교체론에 직면. 퇴임 후 다스 수사로 연계돼 실형 선고받고 복역 중.

‘병풍’ 사건은 1997년 대선 당시 여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의 두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용된 말. 후보 리스크를 키우고 지지율 급락을 불러 결국 후보교체론을 초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