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학문 갈림길서 방황할 때 조언해주신 은사님…“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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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건국대 양윤정 교수님

인생을 살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운이 좋게도 내겐 그런 은사님이 한 분 계신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문제로 방황할 때 내게 중요한 나침반이 돼주신 교수님. 교수님의 세심한 배려와 애정 어린 조언은 당시 내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 무너진 자존감을 우뚝 세워줬다. 지금도 힘이 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다. 스물넷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못난 이 제자는 서른하나가 돼서야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교수님과의 첫 인연은 대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활은 참으로 무미건조했다. 고교 시절 갑작스레 장애를 얻으면서 학교를 한 학기 휴학했고 성적은 하염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원하던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것은 물 건너갔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다.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 스스로 발전할 생각은 못 한 채, 그저 현실에 안주해 의미 없는 대학생활을 보냈다.

졸업을 앞두고 보니 눈앞에 놓인 구체적인 결과물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 남들과 비교만 하며 신세 한탄하던 당시, 교수님 강의를 처음 접하게 됐다. 날카로워 보이는 카리스마 속에, 다소 깐깐해 보이는 이미지가 내게 비친 교수님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을 진정으로 알게 된 후로, 내가 만나 뵀던 은사님들 중 가장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중간고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교수님은 영미 아동문학을 읽고 감상, 평론을 제출할 것을 1차 과제로 삼으셨다. 제출 마감 후, 30여 명 학우의 강의실 책상 위에는 낯설지 않은 과제물이 한 장씩 올려져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내 이름을 크게 외치셨다. “박혜련이 누구니?” 얼떨결에 손을 든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밝은 미소로 “박혜련 과제 복사본이다. 평론 감상문은 박혜련이 쓴 것을 토대로 작성하도록 하세요”라며 학우들이 모여 있는 앞에서 이름을 불러주시고 내 감상문을 표본으로 삼을 것을 권유하셨다.

내겐 최고의 칭찬이었다. 의미 없게 느껴지던 대학생활에 날개를 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더 나아가 교수님께서는 강의 외적으로도 내 특기를 더욱 살릴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교수님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돼 학교 밖에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FM 스타일의 교수님이셨지만, 학생들에게 과제 후 남겨주시는 피드백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 교수님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학생들을 살펴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이라는 갈림길 앞에서 방황하던 당시, 교수님께서는 따뜻한 밥을 사주시며 교수님이 아니라 마치 친한 선배처럼 곁을 지키면서 묵묵히 조언해주시곤 했다. 대학은 성적에 맞춰 우여곡절 끝에 진학했지만, 진로는 마냥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교수님께서는 누구보다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그 결과 졸업 후 국비지원을 받아 5년간 외국에서 무사히 유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고 대학 졸업 후에도 내가 원하던 기업과 바라던 분야에서 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됐다.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건국대 양윤정 교수님. 참으로 고맙고 그립습니다. 졸업 후 찾아뵙고 인사조차 드리지 못한 못난 제자지만, 교수님은 제가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1순위 은사님이십니다. 한 학생의 앞날을 응원하고 밝게 비춰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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