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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2일(金)
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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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이라 길고도 우렁차게 뽑으며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본래 노래의 주인이 따로 있으나 가요 경연에서 신인가수가 멋들어지게 불러 유명해진 노래이기도 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술은 통이나 병째 마실 수 없으니 어딘가에 따라 마셔야 한다. 그때 쓰는 것이 잔이고 술을 따르는 데 쓰는 것은 따로 술잔이라 한다. 막걸리도 술이니 따라 마실 그릇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막걸리는 사발이 어울리니 막걸리 한 잔은 어딘가 어색하다.

모든 술은 ‘한 잔’이 있다. 술의 종류에 따라 크기, 재질, 모양이 다른 용기를 쓰는데 이를 대개는 잔이라 부른다. 잔의 크기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결정되니 한 번에 마시기에 적당한 크기로 잔이 만들어진다. 물론 한 잔을 얼마든지 여러 차례 ‘꺾어서’ 마실 수 있지만 그 잔에 맞춰 한 잔을 먹는 것이 적당한 취기를 돋우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 잔에 또 한 잔을 마시니 취기가 주정으로 바뀐다.

그런데 유독 막걸리만은 잔이 어울리지 않는다. 잔은 왠지 맑은 독주가 어울릴 듯하다. 그러나 막걸리는 탁하고 도수는 낮으니 독주 잔에 마시는 것은 감질이 난다. 그렇다고 따로 잔을 만들기도 뭣하니 국을 담는 데 쓰는 커다란 대접을 쓴다. 그리고 알루미늄으로 만든 그릇이 대중화되면서 양재기도 쓰게 됐다. 그러니 막걸리는 한 잔이 아닌 한 사발이 어울린다.

어느 도시든 허름한 뒷골목에는 대폿집이 하나씩 있고 시골 동네마다 별명이 대포인 허풍쟁이들이 하나쯤 있다. 대폿집의 술은 아무래도 커다란 대접에 담아내는 막걸 리가 어울린다. 대포의 어원은 불확실하나 박을 뜻하는 한자 ‘匏(박 포)’와 연결 짓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허풍쟁이를 왜 대포라고 하는지 불분명하나 허풍을 펑펑 쏘아대는 모양을 생각해봄 직하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주정 대신 너그러이 봐줄 만한 흥을 발산하는 것이라면.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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