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유족에 너무 무관심… 최소한의 예우 필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시와 함께 ‘추모의 밤’ 개최… 강치영 장기기증협회장

“전국 첫 유족 위로 행사 뜻깊어
아무것도 안 바라고 기증했지만
의사상자 준하는 예우 있어야
생명나눔의 좋은 뜻 확산될 것”

부산=김기현 기자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많은 사람이 새 생명을 얻는데도 기증자 유족들에 대한 관심은 너무 부족합니다. 부산시가 전국 처음으로 유족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여는 것은 정말 고맙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장기기증협회와 부산시는 23일 오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뇌사자 7명의 유족과 생면부지의 남에게 자신의 간 일부와 콩팥 등을 기증한 의인 3명 등 모두 20여 명을 초청해 격려하는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의 밤’을 개최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신상해 시의회 의장 등은 뇌사기증자를 추모하고, 유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강치영(사진) 한국장기기증협회 회장은 “지난해 22세 때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서 인체 조직과 장기를 기증해 9명의 생명을 살린 김채연 씨 등 부산권에서 뇌사자 7명이 살린 새 생명은 41명에 달하고, 병마에 죽어가는 타인에게 자신의 콩팥 1개와 간 60%를 떼 줘 두 사람을 살린 권금산 목사 등 의인 3명도 각각 자신의 장기 일부 기증으로 7명을 살려 모두 48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뇌사자 1명의 장기기증으로 평균 5명, 최대 9명이 새 생명을 얻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등의 무관심으로 한국의 장기기증 실태는 너무 열악해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들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숭고한 뜻으로 장기를 기증했지만, 의사상자 예우에 준하는 최소한의 예우라도 있어야 생명나눔의 좋은 뜻이 확산돼 장기이식을 못 해 하루 평균 7명의 죽어가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근 부산시와 온라인 사이버 추모기념관(장기기증.com)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강 회장은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부족하고 유족들에게 생명나눔 실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기증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시내 공원 일부에 작은 규모라도 이들의 이름을 새기고 추모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활동을 시작으로 2011년 한국장기기증협회를 창립하는 등 30년간 장기기증 운동에 헌신해 왔다.

23~24일 밤에는 광안대교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부산의 일곱 영웅, 생명나눔으로 하늘의 별이 되다’라는 문구와 이들의 이름 등을 송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