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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1일(水)
얼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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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얼굴이 자라난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오듯 얼굴에서 자라난 얼굴은 금세 얼굴이 된다 가끔은 두 시에서 네 시로 훌쩍 건너뛰듯 얼굴에서 자라는 얼굴에서 얼굴에서 자라난 얼굴’

- 채상우, ‘必’(시집 ‘필’)


내 기억 속 유희경 씨는 늘 청년인데, 이제 성성하니 흰머리도 많고. 오랜만에 뵌 선생님이 말끝을 흐리신다. 멋쩍어 머리를 만져본다. 선생님 눈빛이 아련해진다. 아마 내 모습으로부터 세월을 확인하시는 거겠지. 시간이란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니 내가 늙은 만큼 당신도 그러할 테니. 얼른, 선생님께선 여전하세요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나 역시 그로부터 시간을, 세월의 속도와 무게를 새삼 확인했던 것이다. 우리는 헤어질 때까지 서먹해지고 말았다.

염색이라도 해야 하나. 친구에게 물었다. 워낙 시력이 좋지 않은데 머리 염색은 눈에 안 좋다 하니 그동안 피해왔던 일이다. 친구는 대번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위장일 따름 아니겠어? 그러게. 거울로 내 얼굴을 살펴본다. 흰머리가 좀 있을 뿐 열 살, 스무 살의 나하고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실은 사실이 아니다. 눈도 좀 처져 있고 슬쩍 주름도 생기려 한다. 그럼에도 본질이라는 건 다름없지 않나. 질그릇에 담기든 사기그릇에 담기든 물은 물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열 살,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나를 견줘본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겠으나, 떳떳하지 못할 것도 없다. 외려 그때 나를 떠올려보면 얼굴 빨개지는 일만 잔뜩이다. 문득 거울 속의 내가 괜찮게 여겨진다. 당장 친구에게로 가서 내가 깨달은 사실을 알려줬다.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낫지 않아? 근사한 거 같아. 친구가 나를 빤히 보다 한마디 한다. 그것도 위장이야. 염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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