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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6일(水)
“北비핵화의 길?…‘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사나’와 비슷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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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정릉로 국민대 교정의 눈 덮인 길을 걸으며 북한의 경제난과 최근 북·중 동향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파워인터뷰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北지도층에 비핵화는 자살… 쇄국·주민감시·核이 생존 조건
2016년후 핵개발, 자위용이라기보단 침략·공세용으로 보여

종전선언은 수많은 北도발 방지 못한 또 하나의 상징적 선언
文의‘대북 운전자론’은 착각… 한반도미래 결정권은 美·中에


인터뷰 = 김석 정치부 부장

“종전선언은 그동안 북한의 수많은 도발을 방지하지 못한 또 하나의 상징적 선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59)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지난 30∼40년간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종전선언과 유사한 많은 상징적인 선언이 있었다”며 “이들 선언은 북핵 개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과 같은 수많은 도발을 방지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중단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모라토리엄을 위반할 것”이라며 “다만 현 단계에서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고, 중국도 현 단계에서 지나친 도발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곧바로 핵·ICBM 도발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란코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자살과 다름없다”면서 “2016년 이후 북한 핵 개발은 자위적이라기보다 침략·공세를 위한 것”이라며 대남 위협이나 남침 목적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란코프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가진 직접 인터뷰와 이후 서면과 전화를 통한 추가 질의응답 등을 통해 이뤄졌다.

―북한이 지난 20일 핵·ICBM 모라토리엄 중단을 선언했는데.

“북한은 조만간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어길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은 모라토리엄을 지킬 이유도 있다. 물론 북한은 조만간 미국을 겨냥하는 협박을 다시 시작할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에 힘을 쓰고 있다. 종전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종전선언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게 가치를 부여하면 안 된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0∼40년간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종전선언과 유사한 수많은 상징적인 선언을 많이 보지 않았나? 1991년 남북불가침선언부터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공동선언 등이 그 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이들 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과 같은 수많은 도발을 방지할 능력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종전선언은 이들 선언과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종전선언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회담 대신 도발에 나서고 있다. 일면 모순적 태도로 보이는데.

“한국에서 대선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는데, 북한은 곧 퇴임할 문재인 정권과 회담할 이유가 있을까? 선거에서 보수파가 승리한다면 종전선언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 진보파가 승리한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종전선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곧 퇴임할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아닐까? 김 부부장은 지난해 9월 말에 종전선언에 관심이 있다는 담화를 발표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금 북한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문재인 정권과 회담을 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북한은 보수파의 승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남북회담이나 행사에 갑자기 참가할 수도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남북 이벤트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주말(22∼23일) 한국 당국자의 비공식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대북정책과 관련해 ‘운전자론’을 펼쳤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한국 사람들은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인데, 문재인 정부가 ‘한국이 운전석에 있다’는 이야기는 착각이었다. 대북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어느 정도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은 당연히 운전석이 아니다.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정책은 서울보다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에서 나온다. 나는 진보파가 주장하는 포용정책을 지지하지만, 논리는 그들과 다르다. 그들은 ‘포용정책으로 북한에 변화를 줘서 핵무기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심어 비핵화를 한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지 못한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본 목적은 2가지다. 하나는 북한 사람들과 하급 엘리트에게 영향을 미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고급 엘리트 계층에도 도발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의식을 갖게 해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결정권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과 베이징이 가지고 있다. 북한도 어느 정도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이 상수라는 이야기인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볼 때, 민주국가의 정책 결정 논리와 과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민주국가에서 정치인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다음 선거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고, ‘장기적인 전망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압박을 별로 받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인의 개인 특징 문제가 아니라, 4∼5년마다 여야가 바뀔 수 있는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인 인내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북핵 관리를 위해서 북한에 양보한다면 미국 언론이나 여론은 ‘미국이 작고 이상한 독재국가에 항복한 것’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대외정책보다 국내정책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정치 체제에서, 양보로 북핵 관리를 이끌 타협을 시도하는 행정부는 국내에서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지 않은, 통상적인 미국 대통령은 국내정치에서 심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북핵 문제에 개입하는 대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능한 한 미뤄두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정릉로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최근 북한이 잇달아 벌인 미사일 도발 배경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바이든 행정부, 북핵 개입 대신 문제 안 생기도록 미루는 정책 펼 것”

美‘전략적 인내’로 갈 가능성
섣불리 관여했다 내부비판 직면
中도 한반도 현상 유지 중요시

北은 기초수급자, 中은 복지부
北 2018년부터 中 돈으로 살아
제재해도 더이상 아사위기 없어

韓, 美中대립에 흡수되지 않아야
中 마찰 피하며 美 동맹 강화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력갱생 기조를 보이고 있다. 북한 체제가 생존을 이어가는 요인은 무엇인가.

“북한 체제에서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고위 엘리트층의 기본 목적도 생존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은 3가지인데 첫째는 쇄국정치다. 주민들이 남한 생활을 알 수 없어야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 감시다.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어야 감시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인권 침해를 가한다. 마지막으로 핵이다. 핵을 갖고 있어야 외부 위기와 국내 간섭을 피할 수 있다. 핵을 포기하면 즉시 무너지지 않아도 조만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주민들을 감시하지 않고 인권 침해를 하지 않으면 짧은 기간 안에 확실히 무너질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 10년이 됐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어서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재 강력한 통제국가가 됐다.

“김정은이 서방세계를 경험했다고 해서 개혁개방을 하리란 것은 매우 소박한 생각이다. 남북 격차를 고려하면, 북한은 정치 분야에서 어떠한 개혁도 불가능하다. 기본 이유는 너무 잘 사는 동족인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가능했던 이유는 남중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식적인 통계를 봐도, 북한의 1인당 소득은 남한의 27분의 1이다. 세계에서 남북한만큼 소득 격차가 큰 이웃 나라는 없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진실을 잘 모를 때만, 북한 정권은 국내에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좋아하든 싫어하든 쇄국정치는 북한의 생존조건 중 하나다.”

―정치가로서 김 위원장은 어떻게 보나.

“나도 그렇고, 많은 전문가가 김정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며 야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합리성의 방향은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아니라, 체제 유지다. 주민 생활을 위한 경제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첫 번째가 아니라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정도일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장기적으로 어떤 국가로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가 김정은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북한 엘리트계층의 목적과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분단국가의 일부를 통치하고 있기에, 체제붕괴는 그들 나라의 붕괴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체제붕괴는 국가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체제가 무너질 경우에도 기존 엘리트들은 거의 모두 새로운 체제하에서 잘 존속한다. 해방 이후 친일파도 그렇고, 소련붕괴 이후 신생 러시아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이 된 것도 좋은 사례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소비생활 매력을 감안하면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사실상 흡수통일을 의미한다. 이 경우 북한 엘리트들은 권력도 특권도 지키기 어렵다. 그 때문에 김정은뿐만이 아니라 수십만 명 정도의 북한 엘리트계층은 체제유지뿐만 아니라 현상유지를 제일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있다. 김정은 및 북한 엘리트계층에게 경제성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체제유지다. 그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체제안전에 위험할 수도 있는 조치를 실시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해왔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비핵화의 길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살 수 있냐’는 질문과 별 차이가 없다.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자살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핵을 포기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몇 개의 사례를 봤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는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외부세력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핵무기 보유국을 공격할 미친 통치자는 이 세상에 없다. 핵보유국에서 인민봉기나 쿠데타와 같은 혼란이 발생했을 때 정부군이 민주화 운동을 가혹하게 진압해도 국제사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북한은 2015년 무렵에 이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외부 세력이 자신에 대한 침략을 가로막을 수 있는 핵 군사력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로도 빠른 속도로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2016년 이후 북한 핵 개발은 자위적이라기보다 침략·공세를 위한 것으로 볼 근거가 있다.”

―북한은 핵을 자위용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방어 능력 확충과 대외침략용 군비확충을 구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세계 역사를 보면 많은 제국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봤다. 대영제국이 대표적 사례다. 처음에 작은 섬나라가 외국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해군이 필요하니 해외에 기지를 만들고, 기지 옆에 식민지를 만들다가 제국이 됐다. ‘자위권’이라든지 ‘침략용’이라든지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지금 북한 핵 개발을 보면, 자위용보다 더 야심적인 목표가 생겼다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에 적화통일 아니면 한국을 정치적으로 예속화하기 위한 조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40년 후에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북한의 목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를 돌파하고, 미국 대도시를 몇 초 이내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무기가 충분히 있다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위기가 생길 경우 한국을 지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의 핵우산을 접는다면, 남한은 막강한 재래식 무기가 있다고 해도 핵무기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금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북한이 가능한 한 빨리 핵 개발을 그만두고 새로운 핵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적인 국제 질서인 비확산 원칙, 특히 미국의 국내정치 문제를 보면 비핵화가 아닌 북핵 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해왔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 2월까지 가했던 제재는 ‘북한 엘리트층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상징적인 것이었다. 쉽게 말해 그때까지 실시했던 대북 제재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작된 엄격한 대북 제재들은 사실상 북한 경제를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불가능하게 됐다. 제재로 인해 2012년부터 중국식 경제개혁을 시도한 김정은 정권의 개혁이 중단됐고, 지금은 다시 시대착오적인 레닌식 중앙경제체제를 부활시키려 한다. 김정은 정권이 ‘개방 없는 개혁 정책’을 시작했을 때, 무역 및 해외투자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대북제재로 인해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현 단계에서 북한이 이러한 개혁을 시작할 경우에도, 해외투자 유입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무역도 많이 어려워졌다.”

―북한이 경제난·식량난 속에서도 중국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20∼30년 전부터 북한 지도자들 입장에서 보면 미·중 갈등에 대한 소식보다 좋은 소식이 없었다. 원래 역사적으로 중국은 1990년대부터 북한에 대해 이중적 태도였다. 한편으로는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정적으로 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기반을 파괴하는 북한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중국 공산당은 주체사상을 좋아할 이유도 없었다. 다른 편으로 당시에도 중국은 한반도 북반부를 중요한 완충지대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에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가치가 급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연히 북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반도 현상유지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됐다. 그 때문에 2017년까지 대북 제재를 지지했던 중국은 지금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다. 2018년부터 북한은 사실상 중국에서 나오는 돈으로 살고 있다. 북한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중국 공산당 국제부는 ‘복지부’가 됐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이나 연료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제재는 북한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1990년대와 같은 대량 아사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

―미·중 갈등은 북한에는 이로울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나.

“냉전이 끝난 이후에 미·중 갈등만큼 나쁜 소식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주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면서, 안보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 가치관 부문에서는 미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이라는 마차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말이 이끌었는데, 얼마 전부터 이 두 마리 말이 엇갈려진 방향으로 각기 달리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거의 불가피하게 미국 측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약간 위험할 수도 있는 정책이다. 왜냐하면 대만이나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이 생길 경우에, 한국은 이 충돌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지나친 긴장감을 회피하면서 미·중 대립에 흡수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낙관주의자들은 한국이 중재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미·중 갈등을 완화하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한국의 군사·경제력과 같은 객관적인 국력을 고려하면 이것은 헛소리다.”

―현재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이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햇볕정책을 통해서 비핵화를 이룰 수는 없었지만 수많은 북한인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생겼다. 또 보수파가 희망하는 제재 강화 정책은 북한의 쇄국정책과 북한의 고립을 도와주고 북한의 강경파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현상을 감안하면 선택이 많지 않다. 미·중 대립 하에서 중국과의 지나친 마찰을 회피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진보파 대통령이라고 해도 북한에 포용정책을 하기는 어렵다. 한국에 미국과의 관계는 북한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측이 싫어하는 대북포용정책을 일방적으로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의 최근 태도가 좋은 사례다. 지난 1∼2년간 청와대가 제안한 정책을 보면, 거의 모두 상징적인 행사들뿐이다. 북한이 희망하는 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 김정은에게 한국은 자동입출금기(ATM)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예속화 대상이지만 지금은 ATM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은 북한도 청와대도 원했지만, 미국의 입장 때문에 청와대는 감히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북한에 아무 가치가 없는 문화교류나 소규모 행사를 계속 열심히 제안했는데, 이것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추진할 정책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정리 =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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