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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2년 02월 10일(木)
맛으로 ‘지역대표’… 입으로 즐기는 팔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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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앞에 지명이 붙어서 차별적인 레시피의 고유 음식이 되는 음식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인 진주냉면. 다른 냉면과는 다르게 해산물을 우려서 육수 베이스로 쓰고 고명으로 육전을 올린다. 작은 사진 왼쪽부터 마산 아귀찜, 전주콩나물국밥, 광주육전, 태백닭갈비, 진주냉면 육전, 언양불고기, 충무김밥.

■ 이우석의 푸드로지 - 전주비빔밥서 평양냉면까지 코로나 시대 ‘지역음식 순례’

- 전라도
막걸리와 함께 먹는 목포홍탁
즉석으로 구워주는 광주 육전

- 충청도
참마자·새뱅이 든 충주매운탕
전골식으로 끓인 공주칼국수

- 경상도
생고기 두껍게 썬 영천뭉티기
메밀묵 넣고 끓인 경주해장국

- 강원도
육수 가득 ‘별미’ 태백닭갈비
김치국물 들어간 삼척곰치국


요즘처럼 시절이 하 수상하면 여행을 직접 가기 어려우니 맛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때론 지역이 맛을 규정한다. 지역명이 붙은 음식 이름을 들으면 그 재료나 조리법이 당장 떠오른다.

음식 맛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몫은 재료다. 토양과 기후가 모두 다르기에 그곳에서 많이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영덕 대게찜이나 곡성 토란탕, 제주 고사리를 찢어서 끓이는 고사리 육개장 등이 재료를 강조한 이름이다. 제철 식재료도 중요하지만, 로컬 음식 고유의 맛도 빼놓을 수 없는 법. 지역만의 특별한 조리법 역시 유명해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지역의 입맛에 맞춰 오랜 시간 솜씨를 가다듬어 온 까닭이다.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음식에 이 같은 지역명을 쓴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음식 문화가 당당히 ‘브랜드’로 발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주비빔밥이나 평양냉면이라 하면, 그 음식을 먹었던 사람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든 음식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모양이나 맛까지 떠올린다.

전주콩나물국밥, 충무김밥, 함흥냉면, 남원추어탕 모두 마찬가지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집에서 일상적으로 끓여 먹는 콩나물국이 아니다. 멸치와 밴댕이 육수에 콩나물을 넣고 끓인 국밥에 수란과 김, 오징어 젓갈, 장조림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을 이른다. 충무김밥 역시 그냥 김밥과 다르다. 밥을 따로 싸고 오징어나 꼴뚜기, 어묵 조림에 석박지를 함께 먹는다.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면 누가 “뭐 먹고 오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지역=특산음식’의 공식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생겨났다. 우리나라는 외식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발전시켜온 터라 살펴보면 은근히 ‘지역 음식’이 많다.

남쪽부터 살펴보자면 목포홍탁, 광주육전이 있다. 역사는 짧지만 장흥삼합에 나주곰탕, 영암갈낙탕 등이 분포하고 있다. 목포홍탁은 삭힌 홍어회를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한다. 광주육전은 상 옆에서 소고기에 직접 하나씩 달걀 옷을 입혀 즉석에서 구워주는 것이 특징이며 크고 두꺼운 진주육전과 그 맛이나 모양이 영 다르다.

나주곰탕은 육수를 낼 때 사골을 넣지 않고 살코기로 맑게 육수를 낸 곰탕으로 뽀얀 진국의 대구현풍곰탕이나 곤지암소머리곰탕과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곰탕’인데도 앞에 ‘나주’ 자가 붙으면 익히 맛본 나주식 곰탕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도추어탕과 남원추어탕이, 서울불고기와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가 각각 다른 맛으로 인기를 끌며 나름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불고기는 놋쇠 화로에 미리 재워놓은 불고기를 올리고 육수를 흥건하게 해 익히는 방식이다. 언양불고기는 석쇠에 앞뒤로 바싹 익히고 광양불고기는 석쇠에 올리기 직전에 살짝 양념한다는 차이가 있다. 찬그릇 위에 그릇을 또 겹쳐 한 상 가득 깔아놓은 강진한정식, 붕장어를 갈아 넣고 끓인 여수장어탕 등도 들으면 “아!”하고 바로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전북에는 소고기와 황포묵을 넣고 사골로 밥을 지은 전주비빔밥, 육회를 듬뿍 올린 황등비빔밥, 활아귀를 쓰는 군산아귀찜, 된장과 우거지를 넣은 남원추어탕, 한 끼로 충분한 정읍쌍화탕 등이 있고, 충남에는 간장에 칼칼한 양념을 한 태안(서산)꽃게장, 전골식으로 끓이는 공주칼국수, 민물 잡어를 우린 국물에 밥과 국수까지 털어 넣은 금산어죽 등이 알려졌다.

충북에는 매콤하고 시원하게 끓이는 참마자와 새뱅이(민물새우)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충주매운탕, 괴산올갱이국(올갱이 자체가 다슬기의 충청도 방언이다), 청주삼겹살(시오야키) 정도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지역 음식이다.

경남에는 앞서 언급한 통영 충무김밥부터 건아귀에 된장을 쓰는 마산아귀찜, 방아잎(배초향)을 넣은 산청매운탕, 장어 대가리로 육수를 낸 통영시락국(시래기국), 육전을 올린 진주냉면, 멍게젓을 넣어 비비는 거제멍게비빔밥 등이 널리 알려졌다. 부산은 돼지국밥, 복국, 아나고(붕장어), 기장꼼장어 등이 ‘부산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북에도 많다. 등푸른생선이나 흰살생선에 고추장을 비비는 포항물회, 생고기를 두껍게 썰어낸 영천뭉티기, 메밀묵으로 끓이는 경주해장국, 소고기와 선지, 대파를 고은 대구따로국밥, 막창을 구워 된장 소스에 찍어 먹는 대구막창, 간장에 닭과 대추, 밤, 당면을 넣고 푹 익힌 안동찜닭 등으로 독자적 식문화의 역사를 쓰고 있다.

강원도의 춘천닭갈비(철판), 강릉물회(김치 국물), 원주추어탕(전골), 속초아바이순대(대창), 태백닭갈비(국물), 삼척곰치국(김치 국물) 등도 다른 지역의 같은 이름 음식과는 다른 레시피를 자랑한다.

이처럼 지역이 브랜드화되고 그 조리법이 정형화된 현상은 외국에도 엄연히 있다. 미국에는 뉴욕스테이크가 있다. 등심 위쪽 뼈 없는 뉴욕 스트립 부위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치즈케이크는 시카고 치즈케이크 등에 비해 좀 더 단단하고 밑바닥에 딱딱한 과자 시트가 든 것을 의미한다. 겉을 살짝 태운 바스크(스페인) 치즈케이크도 따로 있다. 역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이다. 세계적으로도 ‘켄터키 치킨’이라고 불리는 이 치킨은 1930년대 할랜드 샌더스(흰머리에 안경을 쓴 그 할아버지가 맞다)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닭집을 창업하며 생겨난 요리 이름이다. 미국엔 심지어 교민들이 만든 LA갈비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지역별 문화 차가 심한 유럽에도 이런 예는 많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지방에서 시작한 볼로네제(Bolognese)파스타가 있다. 토마토소스에 간 고기를 넣어 볶아서 만드는 이 파스타는 그냥 볼로네제라 부른다. 심지어 고기를 갈아 넣은 토마토소스를 볼로네제 소스라 부르기도 한다. 비슷하게 아마트리치아나(Amatriciana) 소스는 중부 아마트리체에서 유래했으며, 바질 페스토 소스인 제노베제(Genovese)는 제노바가 아닌 나폴리에서 시작했다. 반대로 나폴리에는 나폴리탄(Naporitan) 스파게티가 없다. 케첩 비빔국수 같은 이 정체불명의 요리는 일본 경양식집에서 처음 만든 것이다. 대신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가 있다. 1889년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의 나폴리 방문을 기념해 만든 요리다. 녹색(바질), 백색(모차렐라), 적색(토마토)으로 이탈리아 삼색기를 꾸민 나폴리의 상징이다.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소시지가 있다. 다만 오스트리아에 비엔나소시지는 없다. 이 역시 일본인이 만들었다. 이 밖에도 화덕에 구운 오리인 베이징 덕, 일본의 면 요리 나가사키 짬뽕, 하카타 라멘, 비엔나 커피, 아이리시 커피, 싱가포르 슬링(칵테일) 등이 있다. 고유의 맛을 찾아 한 바퀴 도니 전국 여행이며 세계 일주를 다녀온 듯하다. 제대로 지역 맛을 챙겨보면 덩달아 펄펄 사는 맛도 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마산아구찜 = 오동동아구할매집은 정통 마산식으로 꾸덕꾸덕 말린 건아귀를 쓴다. 요즘 아귀찜처럼 맵지 않고 옛날식으로 된장을 밑 양념으로 쓰고 ‘아구’찜이라 부르는 것도 특징. 생귀찜도 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구찜길 13. 2만5000원부터.

◇광주육전 = 미미원은 고기를 계란물에 적셔 일일이 구워 주는 광주식 육전집이다. 육전에다 민어전(3만 원)까지 곁들여 맛보면 더욱 좋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후식 뚝배기정식이다. 웬만한 한정식처럼 차려 낸다. 광주 동구 백서로 218. 2만7000원.

◇광양불고기 = 금목서회관은 ‘마로화적(馬老火炙)’으로 조선시대 이미 명성을 얻은 광양불고기를 파는 집이다. 숯, 구리 석쇠, 즉석 양념 등 광양불고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곳이다. 광양 특산물인 매실과 효모를 써 진하지 않게 바로 버무려 내는 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읍성길 199. 2만4000원

◇전주콩나물국밥 = 남부시장 안에서 전주 특유의 콩나물해장국을 파는 운암콩나물국밥. 멸치며 건어물로 우려낸 진한 국물에 밥을 토렴해 낸다. 김치를 다져 넣어 더욱 시원하다. 달걀 2개를 넣은 수란과 삶은 오징어, 젓갈 등을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남부시장 2동. 6000원.

◇태백닭갈비 = 태백닭갈비는 각종 사리를 넣어 먹는 전골 형태로 춘천닭갈비와는 많이 다르다. 국물 떡볶이처럼 국물에 쫄면과 라면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푸짐히 적셔 먹을 수 있다. 황지동 태백닭갈비가 잘한다. 강원 태백시 중앙남1길 10. 9000원.

◇평양냉면 = 정통 북한 평양식 냉면이다. 북한 현지에서 고위층 대상 요리사로 지냈던 윤종철 오너 셰프가 차린 집이다. 당연히 평양 ‘랭면’이 인기다. ‘쩡한’ 백김치 국물과 고기육수, 청장(淸醬)을 섞은 국물에 순면에 가까운 메밀 면을 말아낸다. 이북식 순대도 따로 판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 1만2000원.

◇진주냉면 = 하연옥의 진주냉면은 해산물 육수를 식혀 국수를 말고 소고기 육전을 부쳐 얹었다. 달걀 지단 등 손이 많이 가는 고명을 얹은 고급 음식이다. 메밀면에 지단과 육전을 곁들여 구수하고 상큼한 맛으로 즐긴다.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 1317-20. 9000원.

◇LA갈비 = LA갈비야 보통 집에서 먹는 메뉴라지만 안주로도 썩 훌륭하다. 빙글빙글 돌려가며 뼈에 붙은 고기를 입으로 뜯으면 뼈에 붙은 고기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갈비를 뜯었다’는 즐거움도 매력이다. 성원식품에서 판다. 서울 중구 을지로20길 36. 1만2000원.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 = 동양인으로서 이탈리아 세계 피자 대회에서 최초로 챔피언을 차지한 이진형 셰프가 있는 핏제리아오는 나폴리 피자 전문점이다. 나폴리 현지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비롯, 다양한 이탈리안 피자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동숭길 86 2, 3층.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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