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남극·우주까지 영역 쟁탈전… 국경에 대한 집착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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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클라우스 도즈 지음 |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2001년 9·11 테러는 “세계가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장이 컸다. 특히 국제정치 측면에서 9·11은 냉전 해체 후 전 세계에 만연했던 국경 개방에 대한 낙관주의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우리’가 아닌 ‘외부 위험 세력’의 침입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각국은 구별 짓기와 장벽 높이기에 몰두했다.

이런 경향은 2010년대 중후반 유럽의 반(反)난민 우경화,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소위 ‘아름다운 장벽’ 설치로 이어지다 2020년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최고조에 이르렀다.

영국 런던대 지정학 교수 클라우스 도즈의 ‘국경전쟁’은 하천이나 산맥 등 전통적 경계에서부터 대양, 남극, 우주, 사이버 공간에까지 이르는 다양하고 복잡한 국경 갈등을 살핀 책이다. 시대에 따라 국경의 중요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기도 한 역사를 되짚은 끝에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분명하다. “배타적 주권이라는 신화와 고정된 국경이라는 신화는 위험하다. 우리는 국경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도입해야 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고갈되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전 세계적인 국경전쟁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인들이 히말라야의 혹한 속에 걸핏하면 충돌하는 이유는 빙하가 녹으면서 국경선을 놓고 다툼의 소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도양의 몰디브, 태평양의 키리바시 등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경과 영토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국경은 국내 및 국제정치학의 소우주”라는 저자의 말처럼 전 세계의 주요 갈등과 다툼이 국경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국경전쟁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정체성 정치’나 장기 분쟁, 대양·남극·우주 등 새로운 영역 쟁탈전 등으로 인해 국경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운 장벽’을 세우는 문제에 그토록 신경 썼지만, 우리의 경험은 방벽과 장벽이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희망대로 기능하는 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국가 차원에서 국경을 높이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저자의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2050년이면 수십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과 해수면 상승, 극도의 고온 등과 마주하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국경에 집착하지 않는 인류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경주의자들이 50년 전 경고했듯, 우리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생태계와 우리의 집단적 관계에 대하여 엄혹한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376쪽, 1만9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