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현장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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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의 잔재라고 그렇게 지적을 받아도 잘 없어지지 않는 말 중의 하나가 ‘함바집’이다. 한자로는 ‘반장(飯場)’이라 쓰는데 말 그대로 밥 먹는 곳이다. 건설 현장에 임시로 지어 인부들의 숙식을 해결해 주는 공간을 가리키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서 일본식 발음으로 읽는다. 우리는 밥을 먹는 곳을 가리키는 뜻으로 ‘함바집’ ‘함바 식당’ 등으로 쓴다.

말은 꺼려지는 면이 있지만,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함바집이다. 힘겨운 노동에 허기진 배를 채울 곳, 지친 몸을 누일 곳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도 이런 필요에 의한 공간은 있었을 텐데 딱히 이름이 없다가 일본어에 마침 그런 표현이 있으니 우리말 속에 들어와 자리 잡은 것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름에서는 허름하고 투박한 느낌이 강하게 오지만, 그곳에서 먹는 밥은 왠지 더없이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함바집이 비리에 연루돼 심심찮게 입길에 오르곤 한다. 그곳에서 밥을 먹는 노동자들이나 밥을 짓는 이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리는 없다. 현장의 독점 식당이니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그러다 보니 영업권을 둘러싸고 거래가 오가는 것이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큰 죄로 여기는데, 이건 먹는 곳으로 장난을 치니 그에 못지않은 큰 죄여서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어쩌다 인연이 돼서 한 해 동안 점심을 함바집에서 먹게 됐다. 식당은커녕 편의점마저 드문 공단에서 구내식당, 급식소 등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래도 건설 현장이 아닌 생산 현장이니 ‘함바’의 순화어로 제시된 ‘현장 식당’이 더 맞는 말이겠다. 매일 새롭게 선보이는 대여섯 가지의 반찬, 절기나 명절 때에 맞춰 준비되는 식단, 친절한 ‘이모님’들 모두가 고마울 따름이다. 맛있는 밥을 정성스레 준비해 주는 모든 이들은 늘 고맙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